박완서 원작이라는 문구만 보고 연극을 보러 갔다. 작가가 그려낸, 6~70년대 청계천 세운상가의 공구거리를 자전거로 누비던 소년은 2019년,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배달을 하는 소년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시대를 반영하는 먹방 유투버와 더불어 주변부에서 방황하는 10대들의 풍경을 다양하게 그려냈는데,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인지는 모르지만 그 방식은 투박하고 거칠었다. 박완서선생님이 살아서 이 작품을 보셨다면, 자신의 오래된 동화를 이렇게라도 젊은 연극인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살려낸 것을 좋아하셨을까? 내친김에 원작이 실린 동화집의 여섯 편의 이야기를 내리 읽었다. 삽화가 더해진 심플하면서 정갈한 이야기들... 왠지 인생이 너무 복잡하다거나 허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아이들의 책장에서 흘러간 동화 몇 편을 들추어 보시길... 혼란한 시절에 '도덕적으로 자신을 견제해 줄 어른'이 그리운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