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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잉여인간 이바노프

by Kyuwan Kim

(연극) 잉여인간 이바노프... 체홉의 4대 장막극 이전에 쓰여진 그의 초기 장막극이 대학로 안톤체홉극장에서 다시 공연중이다. 27세에 열흘만에 쓴 작품으로 작가는 자기작품 같지 않다고 지인들에게 고백했다는데, 오히려 각인물들의 캐릭터와 생생한 감정들은 4대 장막극의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다. 각색과 연출의 힘일까? 지방의 농업업무담당 공무원인 이바노프가 거액의 빚을 떠안은 채, 결혼과 삶의 의욕을 잃고 우울증을 앓다가 파멸하는 통속적인 이야기인데, 4막으로 이루어진 연극의 곳곳에는 체홉이 섬세하게 관찰했을 쇠락하는 19세기 러시아 귀족사회의 풍속도가 꼼꼼하게 그려진다. 돈과 유산상속, 결혼을 매개로 얽힌 당대 욕망의 풍속은 현대의 삶과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채색을 기본 톤으로한 순백의 무대, 흑백을 대비시킨 의상과 소품에 기울인 노력이 작품의 사실성을 살리며 작품의 퀄리티를 한 단계 높여 놓았고, 다양한 세대의 적지않은 배우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파티장면도 보기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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