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심야열차 안에서 한 시인과 장년의 민국이 만나면서 연극이 시작된다. 어두침침한 열차 안, 기차바퀴 소리를 따라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40년에 걸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서울, 조치원, 대전을 오가며 펼쳐진다. 그 이야기에는 유산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 군대, 여자의 배신, 고단한 객지생활 등이 포함된다. 욕망으로 질척한 삶의 한 순간이 충청도 사투리로 너무나 리얼하게 펼쳐지는가 싶다가도, 간간이 삽입되는 기형도의 시 '조치원'과 더불어 연극의 몇 장면은 시적으로 빼어나게 아름답다. 형의 부음을 받고 조치원에 도착한 민국씨의 선택이 부디 파국보다는 더 많은 이들과 화해하고 그들을 살리는 것이기를... 민국씨가 조치원에 도달하는 시점은 이 지역이 세종시 개발이라는 이유로 들끓기 시작했던 의미심장한 시절이다. 그 다음 이야기는 '조치원 해문이'로 이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