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밥일지

by Kyuwan Kim

세계 경제 10위권의 나라라는데 뉴스에선 노동현장에서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현장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다. 지방출신에 실업고, 전문대를 졸업한 한 청년의 2022년 한국에서의 생존기록. 분명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젊은이들인데 이들의 이야기는 책에서도, 방송에서도, 영화나 연극에서도 잘 다루어지지 않고 '이대남', '개딸'이라는 청년담론에서도 지워져 있다. 평소 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 읽으면서 어느 대목에선 놀라웠고 어느 대목에서 가슴 아팠다. 이 시대에 전태일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글을 썼을까? 묘사나 비유나 다소 촌스럽거나 유치하게(?) 읽히는 대목도 있었지만 작가가 최대치로 정직하게 쓴 것으로 이해했고, 기억할 만한 몇몇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다. 스스로를 '용접과 글로 먹고산다'고 소개하는 저자가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쓰시기를. 그 끝이 무엇이든지 간에. 자신의 글쓰기에 관해 책 말미에 쓴 작가의 성찰이 믿음직 스럽다.

'마산에서 얌전히 용접만 하고 살았다면 평생 볼 일 없었을 사람들의 환대와 존중은 기쁘고도 불안했다. 공장 일꾼이란 정체성으로 현장의 서사를 팔아 나혼자 비겁하게 출세하는 건 아닐까. 진짜 현장 노동자들은 천현우를 기득권 앞에서 글 재롱 부리는 간신으로 생각하진 않을까.' #쇳밥일지 #천현우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