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세인트 조앤

by Kyuwan Kim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 기간 중에 수세에 몰리던 프랑스를 이끌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 구국의 아이콘 잔 다르크의 생애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은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한 농부의 딸의 주장에서 시작하여 그녀가 왕세자 도팽을 알현하고, 오를레앙 전투에서 승리한 후, 영국군에게 체포되어 불과 19세(!)의 나이에 마녀로 몰려 화형당하고, 결국은 600여년 뒤 로마 교황청에 의해 성인으로 추대되기까지의 극적인 이야기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중세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는 심플하고 상징적인 무대에서 버나드 쇼 원작에 충실한 꼼꼼하고 아카데믹한 공연이 무엇보다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직 유럽의 절대왕정이 성립하기 전,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하던 봉건 영주들과 귀족들의 모습, 막강한 힘을 행사하던 종교 권력과 세속권력의 갈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잔 다르크의 죽음에 이어지는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그녀의 죽음과 관련된 샤를7세, 대주교, 영주, 사형 집행인 등 모든 등장인물들이 왁자지껄하게 재소환되는데, 그녀의 죽음을 재평가하는 20세기의 관점, 혹은 버나드 쇼의 관점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정한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 심판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사면하거나 복권하는 일이 그저 600년 전에 지구 반대편에서만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무대에 좀 더 중세의 분위기가 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국립극단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앙상블과 더불어 서양의 역사에 3시간 동안 몰입할 수 있던 공연이었다. 10/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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