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yuwan Kim Apr 16. 2023
재일교포 양영희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스프와 이데올로기'를 이제야 찾아보았다. 50이 넘은 나이에 한참 연하인 일본인 남자와 결혼을 하는 감독 자신의 이야기, 제주 4.3의 악몽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와 억척스레 살아남은 어머니의 이야기, 일본에서 4남매를 키우며 세 아들을 북한으로 보낸 작고한 아버지 이야기 등 감독 자신의 가족사가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담담하게 그려진다. 지난 정부에서 70여년 만에 제주 4.3추도식에 참석한 어머니는 이제는 치매를 앓아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한 가족에 깊게 드리워진, 한반도와 얽힌 역사의 그늘로 마음이 무거웠다.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역사의 악몽을 어디까지 감당하고 기억할 수 있을까? 쉽게들 치유를 말하지만 그 악몽이 과연 치유될 수는 있는 것일까? 재일교포들의 삶과 역사, 그리고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또다른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영화였다. 무거운 주제를 깔고 있지만, 영화의 제목이 보여주듯이 정성껏 끓인 한국식 삼계탕을 나누어 먹는 한국인 장모와 일본인 사위의 모습은 은근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위로와 치유는 또 다른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