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yuwan Kim Apr 21. 2023
내게 마지막으로 슬픔이 찾아온 것은 언제였을까? 묘한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책을 구매해서 단숨에 읽었다. 알고보니 저자는 내가 오랫동안 구독하다가 읽지도 않고 쌓여가는 잡지를 감당하지 못해 구독을 중단한 시사주간지 기자였다.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체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고 시사잡지의 기자가 된 저자의 에세이가 세 꼭지로 묶여 있다.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던 가난한 어린시절, 망설였던 결혼이야기와 아이가 없는 기혼여성으로 겪은 경험과 출산에 대한 생각들, 기자로서 겪은 다양한 사람과, 미디어 환경을 포함하여 달라진 세상의 풍경, 젊은 나이에 암환자로 경험한 한국의 의료현실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송곳같은’ 감수성과 섬세한 문체로 쓰여졌다. 특이한 것은 모든 짧은 글들의 마지막에, 참고했던 책들의 목록을 기록해 놓았다는 건데, 세계 최저의 성인독서율을 보이는 우리나라 한 편에서 이렇게나 많은 책을 끊임없이 읽어내는 사람이 있다니... 양극화는 독서계에서도 여지없이 관철되는 건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갈수록 아리송한 세상의 이모저모를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해준 책이다. 영화 ‘다음소희’의 소희가 살았더라면 이런 글을 썼을까?
“어른인 내가, 또 우리가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어린 사람에게 ‘운’이 되어 주는 일은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
“가난은 이 사회의 많은 문제가 시작되는 저수지였다.”
“살아 있는 일은 마음에 그렇게 몇 번이고 무덤을 만드는 일임을, 슬픔은 그 모든 일을 대표하는 감정이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