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yuwan Kim Jun 23. 2023
연극이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나 고전을 무대에서 보여줄 수도 있지만, 당대의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다룸으로써 동시대인들에게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후자의 경우인데 지난 몇 년간 심화돼 가고 있는 지방대학, 특히 인문학과의 위기를 다루고 있다. 대학 예술학부의 지극히 사실적인 모습과 위기의 징후들은 최근 재연된 제12 언어스튜디오의 ‘대학과 연극’에서도 다루어진 바 있는데, 그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연극은 대학의 신입생이 줄면서 문과대학을 글로벌 문화학부로 통폐합하려는 한 지방대학에서 벌어지는 대학당국과 인문학 전공 교수들간의 갈등과, 상황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인물군상들의 모습을 코믹하지만 너무나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도대체 이런 소재의 결말을 어떻게 맺을까 궁금했는데, 연극은 현재의 엄중하고도 웃픈 현실을 꼼꼼히 보여주고나서 다소 코믹하거나 부조리하게 마무리 된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 앞에 연극 한 편이 깔끔한 해결책을 찾거나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극사실적인 장면의 묘사는 중견배우들의 세심한 연기에 힘입고 있고, 단순한 듯 하지만 효과적인 무대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위기에 처한 대학과 인문학의 현실과 고민에 대해 생각을 나누어 보시길. 제목인 누란누란(累卵累卵)은 ‘층층이 쌓아 놓은 알이란 뜻으로, 몹시 위태로운 형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데 단지 한 지방대학의 모습 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던지는 거대한 화두같다. 7/2일까지 씨어터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