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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Sep 30. 2023

영화

1947 보스톤

지금은 비행기로 한나절이면 갈수 있는 거리지만 1947년, 서울에서 보스톤은 얼마나 먼 거리였을까? 식민지에서 막 해방된 나라없는 백성들에게 그 어떤 기술적인 장비없이 오롯이  자신의 뼈와 근육의 힘으로 승부하는 '마라손'은 자신의 욕망과 열정, 울분을 발산하기에 얼마나 적절한 스포츠였을까? 영화는 1947년 보스톤 마라톤을 우승한 서윤복선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직은 나라도 없는 미군정 치하, 난민국 백성의 대우를 받는 처지였지만 그가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의 후원, 선의의 미국인들의 도움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요즘엔 듣기 어려운 지난한 과정은 진기한 이야깃 거리다. 나치 치하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고서도 고개 숙여야했던 손기정선수의 슬픈 일화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선수단이 대회에서 태극기를 고집하는 장면이나, 마지막 마라톤 코스에 등장해 주인공을 끝까지 달리게하는 힘을 주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 등 영화는 예상했던 '국뽕'의 장면들을 보여주지만 섬세하게 재현된 1947년 서울과 보스톤의 모습을 본 것 만으로도 내게는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시상식에서 국가로 울려퍼지던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의 애잔함과 더불어 어떤 분야에서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한 개인에게 국가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놀랍게도 한국전쟁이 터지던 1950년 다음 보스톤 마라톤에서 한국은 1,2,3위를 싹쓸이했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이 지난한 국난극복의 DNA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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