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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Jan 19. 2024

영화

길 위에 김대중

보고 싶은 영화 중에 집근처에서 하는 유일한 작품. 그것도 조조와 심야시간대에만. 해서 심야에 영화를 보러 갔다. 뛰어난 말솜씨로 대중들을 사로잡으며 오랜 시간 흔히 DJ로 약칭되어 불리웠던 그 분은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살짝 저는 모습으로 내 첫 기억 속에 남아있다. 영화는 일제강점기에 큰 뜻을 품고 뭍으로 떠나온 신안의 한 섬소년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1987년 6월 민주항쟁까지의 한 정치인의 여정을 다룬다. 거의 50년을 아우르는 한국의 현대사가 포함되는 긴 시기가 배우의 차분한 나레이션으로 때로는 자료화면으로, 때로는  재연화면으로 펼쳐지는데 적잖은 부분이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새롭게 알게된 사실과 더불어 생생한 화면으로 소환된 장면들은  연관된 나만의 오랜 기억들을 불러낸다. '서울의 봄'을 보고 흥분했던 젊은 관객이라면 자매편으로 같이 봐도 좋겠고, 장년 세대들은 자신의 청년시절을 되짚는 영화로 봐도 좋겠다. 1987년 해금이 되면서 망월동을 방문한 장면에서 아이처럼 우시던 모습과 더불어, 정치인을 띄우는 것도 죽이는 것도 국민이라며, 역사에서 누구보다 큰 시련을 겪었음에도 복수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시던 모습에서 큰 정치인의 진심이 가슴을 울렸다. 많은 자료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만큼 정리된 영화라도 나와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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