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관객들을 조선 건국 초기, 1398년 초겨울 강원도 정선땅 서운산 골짜기의 화전민 부락으로 데려간다. 양식이 도난당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부락에 숨어든 의문의 외지인들의 소행임이 밝혀지는데, 이들은 몰락한 왕조 고려에 충성을 다하려는 유신들이다. 이들의 정체가 드러나고 유신집단의 청년, 전연과 화전민의 딸 이랑의 연애사건이 발생하면서 부락은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되는데... '조선초기, 전오륜을 비롯한 고려 유신 7명이 강원도 정선 서운산으로 그 근거지를 옮겨 산나물을 뜯어먹고 살며 절개를 지켰다는 역사 속 사실을 모티브로 창작한 연극'이라고 한다. 촘촘한 각본,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라이브 국악연주,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의 정감, 왁자지껄한 화전민 부락의 군중장면, 모처럼 접하는 스케일이 큰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큰 무대를 채우는 20명이 넘는 배우들이 뿜어내는 힘 있는 에너지와 묵직한 존재감이다. 굳이 의상 고증을 하지 않고 평상복을 입힌 것도 이 이야기에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성을 부여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작품이었다. 25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