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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Apr 29. 2024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

보고싶었는데 놓쳤던 영화가 N***에 올라왔다. 영화는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서울에서 부산 영도의 고향을 찾은 혜영의 4모녀를 통해 한 가족사에 스며있는 역사의 흔적을 담담하고 담백하게 보여준다. 도시락 공장에서 일하면서 무엇이든지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려는 엄마 화자, 가죽제품 매장 판매원인 큰 딸 혜진, 서울에서 방송국 작가로 일하며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싶은 둘째 혜영, 가족의 눈을 속여가며 스트리트 댄서의 꿈을 키워가는 고등학생 셋째 혜주가 그 주인공. 억척스럽기만 했던 엄마가 어느 날 치매의 기미를 보이면서 세 딸의 삶에도 묘한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엄마의 사물함을 열어본 혜영은 엄마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일본에서 온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실은 엄마의 친모가 일본인이고 이를 쉬쉬하며 살아온 엄마는 해방이후 서로 편지로만 연락했을 뿐, 한 번도 친모를 만난 적이 없음을 알게된다. 치매의 증상이 심해지면서 평생 한 번도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았을 엄마는 어느 날 ‘나, 교토에 가고 싶다’고 선언하고 이를 계기로 네 모녀는 어느 아름다운 가을 날, 편지에 적혀있는 교토의 한 작은 마을의 병원을 함께 방문하게 된다. 기차를 타고가는 엄마의 손에는 친모가 하나코라고 수놓아 보내준 손수건이 내내 꼭 들려 있었다.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일까? 결국 친모에 대한 흔적과 소식을 찾지 못하고 네 모녀는 귀국하고 이들의 일상은 계속된다. 평생 간직해 온 엄마 삶의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세 자매를 둘러싼 이 시대 삶의 풍경이 항구도시 부산을 배경으로 너무나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잘 그려졌다. 상대적으로 얼굴이 덜 알려진 배우들로 인해 마치 한 가족의 잔잔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느낌? 직접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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