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좋아하는 배우들의 작품을 따라가며 보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보게된 작품. 뭔가 관객들을 위한 세심한 위로를 준비하고 있을 것 같던 포스터 분위기와는 달리 연극은 남북한의 분단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평행이론처럼 되풀이 되는 남북한 두 어머니의 비극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무대는 두 개의 딱딱한 나무의자와 간단한 갈대숲 배경, 작은 디지털 액정 화면, 그리고 피아노 한 대가 전부이다. 결국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각각 나무의자에 앉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그들이 쏟아내는 말의 힘이다. 북한의 어머니는 인민배우로 활동하다 결혼하여 얻은 아들을 '장군님' 탄신 기념일에 맞춰 무리해서 지으려던 빌딩의 붕괴사고로 잃고, 남한의 어머니는 결혼 5년 만에 귀하게 얻은 외동딸을 한강의 다리붕괴사고로 잃게 된다. 두 어머니는 무대에서 결코 만나지 못하는데,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피아노 연주... 올해가 벌써 성수대교 붕괴 30년 되는 해란다. 그날 이후에도 여지없이 다른 모습으로 변주되고 반복되었던 억울하고 기막힌 죽음들 앞에 흐르는 슈베르트의 기도문이 추모이자 간절한 기원, 기도의 의미로 묵직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