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예술가들의 초상... 어젯밤에 본 극단 뚱딴지의 ‘로풍찬 유랑극장’의 커튼콜 장면이다. 2차대전 중 세르비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1950년 6월 24일이라는 한국사의 의미심장한 시점의 전남 보성 새재마을로 각색하여 공연되었다. 단순하지만은 않은 원작의 플롯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각색되는 것을 보면 우리만 겪은줄 알았던 이념대립으로 인한 잔혹한 역사가 20세기 세계의 곳곳에서 일어났다는 의미일 것이다. 비극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깔면서도 그 비극 자체를 고발하기보다, 연극은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예술은, 예술가는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 년 전에 이 공연을 봤을때는 엄청난 비극의 무게에 짓눌리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뚱딴지 공연에서는 마치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잔치마당을 펼치려고 작정한 듯 시종 왁자지껄한 무대였다. 가시지 않은 무더위 속에서 온몸을 던진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 무르익은 전라도 방언등이 돋보였다. 배우들은 이래서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