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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Sep 24. 2024

쾨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역사에 관한 얘기도 동영상으로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려는 시대에 이 책은 그 전후좌우와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섬세하게 사유하여 독자들을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시사주간지에 연재될 때부터 재미있게 따라 읽은 이야기들을 포함한 열 여덟 편의 역사이야기가 묶여있다. 태국과 버마를 잇는 험준한 협곡에 2차대전의 전쟁포로들이 다리를 놓는다는, 영화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 생략된 조선인의 흔적을 좇는 표제작을 비롯하여, 이야기의 주제는 역사를 기본으로 문화, 예술, 과학을 넘나들고 공간적 배경도 동아시아, 유럽, 사할린을 아우른다.  글로벌 시대와는 거리가 먼 100년 전인데도 의외로 당시의 조선인들이 세계사의 현장 곳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이를테면 반나치 활동으로 유명한 뮌헨대학의 쿠르트 후버교수와 일제 강점기 때 독일로 망명한 작가 이미륵은 생의 마지막까지 우정을 나누었고, 작가로서 전기가 된 체호프의  사할린 여행이 있었던 1890년에 이미 그곳에는 함경도에서 이주해 간 조선인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이 책은 순수한(?) 영혼의 삶을 살다가 요절한 것으로 알려진 전혜린을 역사적 맥락에서 다시 조명하고, 그저 엄하면서도 자상한 가장인줄 만 알았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아버지, 폰 트라프가 의화단의 난의 진압에 참전한 군인이었음을 밝히고, 동양 여성에 대한 서양남성들의 판타지라는 관점에서 몇몇 영화, 뮤지컬, 오페라를 살펴보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 가볍지 않은 주제에도 불구하고 속도감있게 읽히는 것은 거대한 역사적 배경속에서도 방대하고 세심하게 언급되는 문화 컨텐츠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이해와관심 때문이다. 역사의 무게에 너무 짓눌리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읽을 거리를 찾는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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