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 전에 읽은 책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탄핵정국에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처음 읽을 때, 배경이 되는 사건의 엄청난 비극성에 압도되어 워낙 힘겹게 읽은 기억때문에, 큰 상을 받고 수백만권이 팔려나간다는 요즘에도 이 책을 다시 펼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은 광주항쟁에서 희생된 분들을 위한 한 편의 해원굿이나 씻김굿같은 책이다. 작가는 마치 무당처럼, 다양한 인물들을 소환하여 거대한 모자이크의 부분화처럼 작은 장면들을 하나씩 각인해 나가는데 그 과정이 친절하기만한 것은 아니어서 이야기의 시점은 자주 바뀌고 시간대는 뒤섞이며, 맥락없이 간절한 독백들이 튀어나온다. 그저 읽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오랜 시절 이런 소재를 붙잡고 씨름했을 작가가 감당했어야할 고통의 무게는 어떤 것이었을까? 부디 앞으로의 세상은 더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