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공가의 행운
독서 모임에서 ‘루공가의 행운’이라는 낯선 이름의 책을 읽었다. 프랑스 작가의 이름만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에밀 졸라가 쓴 소설인데, 알고 보니 이 책은 루공-마카르 총서로 20권까지 출간되었고, ‘루공가의 행운’은 그 시리즈의 첫 권이라고 한다. (그런에 2024년에야 처음으로 번역되었다니!) 상대적으로 더 알려진 목로주점(7권), 제르미날(13권)도 이 시리즈의 한 권... 소설은 공화정과 제정이 엎치락뒤치락하던 프랑스 혁명기의 한 시절인 1851년 12월 초, 프랑스 남부의 가상도시 플라상을 배경으로, 아버지가 다른 루공과 마카르 가문의 두 주인공을 배경으로 그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길고긴 이야기의 서막을 펼쳐나간다. 마치 프랑스판 ‘토지’같은 느낌? ^^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1871년이라는 출판연도에도 불구하고 혁명과 반혁명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몇 일을 직접 체험한 것처럼 너무나 생생하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이었다. 시대의 핵심과 인간의 운명을 굽어보는 거장의 필력이란 이런 것인가? (어쩌면 좋은 번역도 한 이유겠지만.) 아울러 공화제가 인류의 역사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많은 혼란과 시민들의 희생을 필요로 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독서에 몰두하기엔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시절이지만 이미 100여년 전 유럽에서도 인류의 역사는 쿠데타와 의회해산, 군 장성 체포, 군대 배치, 언론 통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