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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by Kyuwan Kim

독서 모임에서 오에 겐자부로의 두번 째 책 '만엔 원년의 풋볼'을 읽었다. 메이지유신 100주년을 1년 앞둔 1967년에 출간된 이 책은 한 가족사를 중심으로 일본의 근현대 100년을 뒤돌아보는 역작이다. 1860년 만엔원년(만엔은 고메이 일왕의 연호)에 있었던 농민반란과 1945년의 태평양전쟁, 1960년의 미일안보조약 반대투쟁을 배경으로 4대에 걸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네도코로 집안의 미쓰사부로와 그의 동생 다카시. 다분히 작가의 분신으로 보이는 미쓰사부로는 '반폭력적이고 비행동적'인 인물로, 안보조약개정 반대투쟁에 참여하다 미국에 체류하고 돌아온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형 인간'인 동생 다카시와 날카롭게 대조되고 있으며, 이는 100년 전 농민반란 시기 그들의 증조부 형제의 모습과도 연결된다. 시코쿠의 작은 마을에서 풋폴팀을 조직하여 조선인 '수퍼마켓 천황'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던 다카시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전쟁의 시대, 폭력적으로 스러져간 네도코로 집안의 형제들을 포함하여, 당대에 일본사회에서 흔하게 존재했을 재일 조선인의 모습과 폭력과 혼돈, 갈등의 역사를 정확하게 바라보려는 작가의 세심한 노력과 거대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메이지유신을 전후하여 일본의 도처에서 농민반란이 빈발했던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문체가 너무 아름다웠다는 한 참여자의 언급도 있었지만, 내게는 많은 소주제들과 더불어 줄거리를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전체적으로 쉽지않은 독서였고 그만큼 생각의 여백도 많이 남는 시간이었다. 다시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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