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상
황반변성과 치매로 오래 고생하시던 어머님께서 사흘 전 소천하셨습니다. 한치 앞도 못보고 사는 게 인간이라더니 새해의 희망과 설레임이 있던 바로 다음날 추운 새벽에 주무시던 중에 조용히 떠나셨습니다. 새벽에 119가 오고, 경찰이 오고, 국과수 의사가 오고... 황망한 가운데 정신없이, 폭풍처럼 장례를 치르고 나서 여전히 떠오르는 태양, 흘러가는 일상을 보니 지난 사흘이 꿈같고 짧았던 여행 같습니다. 울컥울컥 눈물이 나고, 텅빈 것 같은 마음이 채워지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요. 어머님도 지난 몇 년간 불편하신 정신과 몸으로 힘드셨던 만큼 이젠 자유롭고 편안하게 쉬시길... 유무선으로 찾아주시고 위로해주신 친인척, 학교 동창들, 직장동료, 지인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삶에서 마주치는 분들과의 일상적인 다정함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 무슨 예감이 있으셨던지 집에서 모시던 형수님이 제게 어머니 목욕을 시켜드리라고 하셨는데 그게 결국은 처음이자 마지막 목욕이 되었습니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운명을 두눈으로 지켜보며 앞으로 제게 남은 날들의 의미와 중요성을 더 깊이 새기는 오후입니다. 모두들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