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부인의 직업
NT-Live로 버나드 쇼의 '워렌 부인의 직업'을 보고 왔다. 사실 내가 이 제목을 처음 들어본 건 이 작품이 일제치하에서 김우진('사의 찬미'의 그 사람!)에 의해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 1893년에 쓰여진 작품이라는데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봐도 주제의 시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어머니와 떨어져 살던 여주인공 비비가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려는 시점에서 어머니가 평생 관여하여 자신을 뒷바라지 해온 사업의 실체를 알게 되며 어머니와의 갈등이 시작되는데... 이 작품은 20세기가 거의 다다른 시점의 영국에서도 여성들의 사회적인 홀로서기가 얼마나 힘겨운 일이었는가 하는 점을 세밀하고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그 와중에 스러져간 이름없는 여성들의 모습이 대사 하나 없는 10명의 코러스(?)의 모습으로 무대에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김우진의 번역물은 일제치하에서 공연되었을까? 만일 그랬다면 당시 식민지 조선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