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며
내년이면 사립학교 교무행정사로 근무한지도 4년차이다. 4시 20분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하는 나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벌건 대낮에 퇴근하는 일은 당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이 당연한 것을 매번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깨달아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퇴근길은 행복함의 연속이다.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박일때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릴때도, 집까지 살짝 멀리 돌아가는 버스를 탔을 때도 말이다.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나는 감사하게도 학교와 자택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 버스로 15분~20분이면 출퇴근할 수 있다. 학교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서 5분~7분정도 걸린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경기버스를 탈때면 기분이 아주 짜릿하다. '이 맛에 출근하는구나' 싶다고나 할까.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는 라디오나 기분에 맞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퇴근 시간즈음 시작하는 '붐붐파워'나, god의 노래와 같은 아끼는 음악들을 말이다. 그렇게 20분을 달려 도착한 집에 와서는 허겁지겁 배를 채운다. 부모님과 같이 살다보니 끼니를 때우기보다는 맛있는 것들로 배를 채우는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5시 30분 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은 무엇을 하며 저녁시간을 보낼까' 행복한 상상에 젖어든다. 평범한 회사원과는 다른 퇴근 루틴을 가지다 보니, 친구들과 평일에 약속을 잡는 것도 이제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저녁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받아드리기로 한 것일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로 저녁시간을 만들어 간다.
예를들면 근처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 빌리기, 운전면허자격증 연습하기,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쓰기, 헬스장에서 운동하기, 수영 1일권 등록 등 오늘 하루를 알차게 마무리하기 위한 노력들로 가득 차 있다.
'오늘은 퇴근하고 무엇을 할까?'의 고민을 매일매일 되풀이하는중이다. 그래, 오늘은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책을 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