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에 애자일 칸반을 모티브로 한 플래너를 출시하게 됐어요!
애자일 칸반을 공부하다그만 그 매력에 푹빠져,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음 좋겠다는 마음으로 칸반을 모티브로 한 플래너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텀블벅에서 펀딩 중이에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둘러보세요!
https://tum.bg/xaz92q
최근 교육 개발 모임을 통해 3주 연속 애자일 칸반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칸반의 가치와 원칙, 실천법 등 칸반에 대한 기초지식들은 인터넷 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주로 IT 업무 기준으로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괜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그간 공부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내가 이해한 부분들을 좀 더 대중적인 관점에서 최대한 알기 쉽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저 이번 글에서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칸반을 사용해 볼 수 있는 '퍼스널 칸반'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 글에서는 퍼스널 칸반을 좀 더 확장하여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팀 칸반'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퍼스널 칸반? 그게 뭔데? 스케줄러보다 더 낫다고?
처음 칸반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마치 to do list(해야할 일)의 기능들을 한 칸씩 옆으로 쭉 펼쳐놓은 느낌이었다. 아마 to do list 포맷은 대부분 익숙할 것이다. 그래서 먼저 to do list를 떠올려 보고 어떤 부분이 변경되면 칸반의 형태가 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to do list를 작성하는 것은 매우 쉽다. 그냥 해야할 일들을 한줄씩 쭉 써내려가면 땡이다. 시간이 지나 완료한 일들이 생기면 그 옆에 체크 표시를 하면된다. 보통 월 단위 혹은 주 단위로 예상 작업 일정에 맞춰 날짜 별로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는데 여기서 가로 축은 '시간', 세로 축은 '할 일'이 됨을 알 수 있다. 굳이 왜 가로 축, 세로 축 얘기까지 하는걸까? 왜냐면 여기서 가로 축만 변경하면 칸반이 되기 때문이다.
칸반에서는 가로 축이 '시간'이 아닌 '일의 진행 상태'를 의미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일정'을 기준으로 업무를 나누고 관리한다. 하지만 칸반은 '일의 흐름(업무 프로세스)'을 기준으로 업무를 나누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표면적인 차이는 그럭저럭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업무 관리를 일의 흐름에 따라 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인지 실감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가벼운 예시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해보자. 다음은 나의 최애 캐릭터인 라이언의 업무를 일정에 맞춰 to do list로 작성한 것이다.
일정 기준으로 업무 분류 (일반적인 to do list 형태)
자 이제 위의 to do list를 칸반 형식으로 바꿔보도록 하자. 칸반은 가로 축이 일의 진행 상태, 즉 일의 흐름이라고 언급했다. 어디 한번 일의 진행 상태를 한 칸씩 옆으로 나열해보자. 가장 일반적인 일의 진행 상태는 '해야할 일(to do), 진행 중인 일(work in progress), 완료된 일(done)'로 나누는 것이다. 새로운 카테고리에 따라 라이언 업무를 재배열해 보면 아래와 같이 변경됨을 알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칸반의 기본 포맷이라 할 수 있다.
일의 흐름을 기준으로 업무 분류 (칸반 형태)
몇 가지 상황들을 가정해보면서 두가지 관리 방식의 차이점을 뚜렸하게 느껴보자. 만일 10/6일 라이언에게 갑자기 급하게 부산으로 출장을 가야할 일이 생겨 원래 예정된 업무였던 라이언 굳즈 기획안 수정을 다하지 못한 채 출장을 다녀오게 됐다고 하자. 다음날은 신입사원 교육이 길어져 라이언 굳즈 디자인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그 다음날인 오늘은 오전에 라이언 이모티콘 개발 현황 체크 일정을 마치고 현재 광고 관계자 미팅에 참석 중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아래와 같이 날짜 별 to do list가 체크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계획했던 일들을 미쳐 다 끝내지 못한 경우들을 자주 보게된다. 왜냐면 갑자기 더 급한 새로운 일이 치고 들어오거나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작업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실제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대비 더 많은 업무를 계획했을 수도 있다(욕심부려서).
이렇듯 여러가지 변수들로 인해 미처리 업무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들을 다시 새로운 일정으로 옮겨줘야 될 것이다. 만일 귀찮아서 그대로 두게 되면 각 날짜마다 빵꾸난 일정들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리해보면,
- 예정된 날짜에 처리되지 못한 일들은 매번 다른 날짜로 옮겨줘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
- 완료된 일과 완료되지 않은 일들이 쉽게 뒤섞이게 되고 이로인해 한눈에 식별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업무를 칸반 형태로 관리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일들이 생기면 처음에는 모두 '해야할 일'에 표시를 해둔다. 그중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하나 골라 '진행 중 일'로 옮긴 뒤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이 끝나면 '진행 중'에 있는 일을 '완료된 일'로 옮긴다. 그 결과 처리되지 못한 일들은 아래와 같이 자동으로 '해야할 일' 항목에 남게 된다.
이런 식으로 일의 흐름에 따라 업무를 관리하게 되면 좋은 점이,
자신의 실제 일처리 속도에 맞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일의 진행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기 좋다.
'해야할 일' 칸에 남아있는 일들은 일이 생성된 순서나 이미 정한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변화에 맞춰 수시로 우선순위를 변경하기 쉽다. 남아 있는 일들은 그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해주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칸반에는 예상 마감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걸까? 그렇지 않다. 설명에 앞서 편의 상 '해야할 일' 칸에 새로 생성된 일을 '이슈'라고 부르겠다. 이 이슈에 예상 마감 시간을 기입하면 된다. 마치 to do list에서 체크박스를 추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월간 또는 주간 단위로 일정에 따라 이슈를 관리하는 방식에서는 이슈를 예상 마감 시간에 맞춰 배열하지만 칸반에서는 이슈를 배열하는 가장 큰 기준이 '일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정에 따라 일을 진행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그래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상수값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일처리 용량'이다.
내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은 거의 정해져있다. 그러니 20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관리 방식을 칸반 형태로 변경하더라도 동일하게 20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시간으로 일을 관리한다고 해서 20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30을 처리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칸반에서는 업무의 흐름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이슈들이 교통체증 없이 원활히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 이러한 업무 흐름 관리는 대부분의 일을 혼자 처리하는 퍼스널 칸반 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 쓰는 팀 칸반에서 더욱더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이제 퍼스널 칸반을 플레이하기 위해 동전을 넣어보자
동전1. 포스트잇에 일감 싣기(=업무 시각화)
칸반에서는 해야할 일들이 각 칸을 따라 쉽게 옮겨질 수 있도록 포스트잇을 사용하고 있다. 교통과 비유하자면 포스트잇은 자동차와 같은 운반체 역할을 한다. 사람 대신 일감을 운반하는 셈이다. 동승은 안된다. 포스트잇 하나당 하나의 일만 적어야 한다.
또한 가급적 포스트잇 하나 당 2~3시간 이내로 처리할 수 있는 사이즈로 일을 쪼개서 적도록 한다. 그리고 칸반에 표시된 칸들은 포스트잇이 움직일 수 있는 도로에 비교할 수 있다.
동전2. 진행 중인 일의 개수 제한하기(=WiP 제한)
도로에 너무 많은 차량들이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매우 혼잡하고 정체될 것이다. 도로 사정을 좋아지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정 수준의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차량 수를 통제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또한 단시간 내에 업무간 스위칭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업무 몰입을 크게 훼손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칸반에서는 '진행 중인 일(work in progress, WiP)의 개수'를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루 또는 일주일 등 자신이 정한 시간을 기준으로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의 개수를 설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일을 진행하면 된다. 나같은 경우 반나절 기준으로 WiP를 1로 설정했는데 이 의미는 현재 진행 중인 일 한 개를 다 끝내기 전에는 '해야할 일(대기)' 칸에 있는 일을 '진행 중인 일' 칸으로 가져오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하나의 일을 다 끝내야만 한다.
동전3. 칸반의 신호 체계 만들기(=정책 명시화)
도로에서 원활한 교통 관리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할 신호 체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칸반에서도 칸반을 원활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신호 체계들을 두게 되는데 이를 '정책 명시화' 라고 한다.
예를 들면,
매일 저녁 8시에 새로운 이슈 정리하기
매주 월요일 칸반 회고하기
이슈는 2시간 이내로 처리 가능한 크기로 작성하기
이슈에는 이슈를 발행한 일자와 완료한 일자를 기입하기
이런 식으로 자신만의 칸반 운영 규칙을 정해두고 이를 지키면서 칸반을 사용하면 좋다.
동전4.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는 칸반 네비게이션(=칸반 회고)
도로는 정적이지 않다. 도로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네비게이션은 실시간으로 이러한 도로의 변화를 파악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기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일상도 이와 비슷하다. 늘 변화하고 여러 변수들이 출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의 일상을 관리하는 칸반 역시 항상 최적의 경로를 찾기위해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칸반에 대한 회고'를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KPT 형식에 따라 주기적으로 회고를 진행해 볼 수 있다.
유지(keep) : 칸반 형식으로 일정을 정리하는 것
문제(problem) : 매일매일 해야하는 이슈정리를 깜박할 때가 있다는 것
개선(try) : 매일 저녁 8시에는 무조건 이슈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기
나는 매주 월요일 칸반 회고를 하기로 마음 먹고 실천하는 중이다. 이렇게 칸반 회고를 통해 도출한 개선점을 반영하고 또 회고하고 반영하는 반복적인 '피드백 루프'를 통해 칸반이 지금의 나에게 최적의 상태로 동작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내 취향에 맞게 퍼스널 칸반을 조금씩 튜닝해보자
튜닝1. 일의 흐름을 더 정교하게 관리하기
마지막으로 칸반의 가로 축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가장 기본적인 일의 흐름(해야할 일/진행 중인 일/완료된 일)으로 칸반을 살펴보았다. 처음 칸반을 시작할 때는 이런 기본 타입으로 사용해 보는 것이 좀 더 접근하기 쉬울 것이다.
칸반으로 자신의 업무를 관리하는 것이 어느정도 익숙해져가면 조금씩 기존의 흐름에 추가하고 싶은 단계들이 생길 것이다. 하나씩 추가하다 보면 더욱 더 일의 흐름이 세분화되고 궁극에는 자신의 실제 업무 프로세스와 매우 유사해질 것이다.
튜닝2. 필요한 정보들을 추가하기
칸반에는 일의 흐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얼마든지 칸반 보드에 새로운 칸을 만들어 추가 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홀딩된 업무'와 '매일 지키고 싶은 습관', '미니 달력' 등을 칸반 보드에 추가했다.
이렇듯 칸반 보드에 나의 활동들이 꾸준히 스며들다 보면 점점 더 정교하게 자신의 업무를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칸반은 어떤 방법이 '나'관리의 최선의 방법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시도하고 발견한 거의 모든 가치들을 한 눈에 담아 두기 좋은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