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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에 대한 시야.

그것으로 족합니다.

평범한 50대 가장의 슬픈 현실이다

연말이 되니 나이 먹는 게 두렵고 우울해진다.

50대를 지나 보니 이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뭐라도 준비해야 하는데, 올해도 걱정만 했지, 정작 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모님은 점점 나이 들어가시고 병원을 오가는 일이 빈번해졌고,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어야 했는데 되돌아보니 한 해 한 해를 안일하고 무의미하게 보낸 것 같아 후회스럽다.

예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덜 우울했는데, 코로나 이후 모임도 줄다 보니 더 우울하기만 하다.

가까워진 은퇴 시기와 이루어 놓은 것 없는 현실 속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며, 부모와 자녀 걱정으로 머리는 희끗해져만 가는 지금의 중년 가장의 모습이다.

우리는 모두 힘든 한 해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와 상황 때문이 아니라도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더 우울해하는 사람이 많다.

연말이 되면 우울해지는 이유는 시간에 대한 시야에 있다.

평소 우리는 시간에 대한 시야가 아주 좁기만 하다.

눈앞의 시선만 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연말이 되면 시간의 시야가 넓어진다.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며 인생의 어디쯤 와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고, 미래를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한 일 없이 또 나이만 먹는구나!라는 후회와 자책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후회와 자책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게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시간이 지나면 막연히 좋아질 것이라 낙관하거나, 타인과 비교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연말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그렇지만 후회나 자책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감정들이 심하면 비관과 자기혐오로 이어지지만, 조절을 잘만 하면 오히려 자기 개선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후회와 자책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인간만이 가지는 자기 성찰적 감정이다.

홀로의 시간이 많아진 지금의 현실에서 후회와 자책의 감정을 절절하게 조금 더 깊이 만나보면 어떨까 싶다.

바둑판에서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놓아보는 것을 복기(復棋)라고 한다.

복기를 두는 이유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디에서 무엇을 잘했고, 잘못했는지를 정확히 알고 넘어갈 수 있게 해 주어 다음 대국에서 실수를 줄여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돌아보기 이기 때문이다.

다시, 그 순간들이 찾아왔을 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탁월한 방법이다.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눈앞의 시간만을 보지 말고 먼발치에서의 시선의 높이로 살아가야 현실에서 오가는 감정을 폭넓게 받아들여 슬기롭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한 해의 끝자락까지 열심히, 묵묵히 최선을 다해온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말해 주세요.

잘 견뎌 왔으며 애썼다고.

며칠 남지 않은 당신의 올 한 해는 어떠셨나요?

계획했던 일과 소망하고 염원했던 일들은 다들 이루었나요?

혼신의 힘을 다해 피나는 노력 끝에 이룬 일도 있을 테고, 부단한 정성을 쏟고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달성하지 못한 일들도 있었을 겁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위해 노력했다는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잠시 나를 위한 복기를 해보면 그렇게 숨 가쁘고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왔던 한 해인데 정작 나를 위해 할애한 시간은 얼마나 있었는지?

쫓기듯 살아온 바쁜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만을 위한 시간은 놓치지는 않았는지?

가족과 친구, 동료와 주변 지인의 건강과 안색의 마음을 살피던 위로의 마음과 손길을 앞으로는 나에게도 보내주시길.

올 한 해도 굳건하게 잘 버텨 온 나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미루지 마시길.

'고마워, 괜찮아, 사랑해, 수고했어, 잘했어, 힘내'와 같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 숱하게 해 주었던 마음의 말들과 손길을 나에게는 한 번도 건네지 못하였음에.

남들 신경과 주변 눈치에 유독 인색하기만 했던 나에게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가슴 따뜻한 진심 어린 위로의 격려와 눈물겨운 감사의 인사를 술 한잔 권하듯 건네보기로 합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나도 그래,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 더디면 어때, 앞으로가 중요하잖아, 용기 잃지 말고 힘내, 너의 곁엔 내가 있잖아.' 늘 타인에게 건네던 말들을 나 자신에게 먼저 해줬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 견뎌 왔고 대견하다' 스스로에게 건네보세요.

그것으로 족합니다.


-마음의 한 수-


나도 수고했다

당신도 수고했다

모두 수고했다

더할 나위 없었다


미생인 우리다

완생은 없다

오늘도 내일도

갓생을 위하여 살아가자


다만, 순간순간의 내가

나를 만들어간다는

사실만은 명심하자


건강과 행복 즐거움과 미소를 전하는 마법사 &

작가 겸 심리상담사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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