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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사유의 한 수-

다음 계절을 준비하듯

계절은 언제나 준비로 시작된다

봄이 오면 우리는 멀리 있는 가을을 떠올린다

풍요는 한 계절 뒤에 찾아온다는 것을 알기에

흙을 고르고 씨앗을 쥐어 보며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위해

묵묵히 덤덤하게 손끝을 움직인다

여름이 되면 또 다른 준비가 시작된다

폭염과 폭우와 태풍의 그림자가

언제든 삶의 문을 두드릴 수 있기에

사람들은 자신을 지탱하는 기둥들을

한 번 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점검한다

가을은 거둠의 계절이지만

동시에 다시 시작을 품는 시간이다

비워내며 채우고, 채우며 또 비워내며

문득 내년의 봄을 마음속에 떠올린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길고 조용한 계절 앞에서

사람들은 따뜻함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 한쪽에 장작을 쌓아둔다

준비가 미흡하면 겨울은 더 춥고 더 길며

마음 저편에서 서늘하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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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도 계절과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더 나은 길을 꿈꾸며 입시를 준비하고

성장하면 또 다른 문을 두드리기 위해 취업을 준비한다

가정을 이루면 사랑을 지키기 위한 준비가

아이를 품으면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따라온다

실수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삶은

언제든지 바르게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다

준비와 노력이라는 작은 불씨만 있다면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여러 번 새벽을 밝힐 수 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생의 마지막을 향해 걸어가며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계획이 아니라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마음의 성찰

즉 온전한 준비의 시간이다

돌아보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준비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작은 숨결 하나까지도

그러고 보면

삶의 모든 순간에는 준비가 필요한 듯하다

이제 겨울 채비하러 가자

건강과 행복, 즐거움과 미소를 전하는 마법사 &

《매일의 태도》 저자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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