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꽃은 흩날렸고
나는 하얀 세상에 둘러싸였다
그 사이로 비가 흩날렸고
꽃은 그 가운데서 춤을 추고 있었다
떨어지는 꽃이 마치 떨리는 네 손 같아서
나도 모르게 그윽하고 깊게 웃었다
허공 중에 하얀 그림을 그리는 꽃비를 보며
강 위에 너를 그렸다
까만 너의 시간이
물결이 되어 번지고
하얀 나의 밤이
동그란 원이 되어 그 물결에 닿아
떨림을 남겼다
그래, 생각해 보니
너를 만나러 갔던 그날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는 꽃잎을 부드럽게 매만져 강 위에 내려두며
어긋나 있던 우리의 시간을 이어주었다
그 닿음이 아무래도 아파 눈물이 핑 돌았다
울먹이는 나를 위해 비가 동심원을 그리며
너를 나에게로 데리고 왔다
나는 너라는 우주에 안겨
꽃이 되었다가
비가 되기를 반복하다가
그리고 이윽고 밤이 깊어져서는
사랑의 빛이 되어
그리움으로 까맣게 타버린
상처뿐인 너의 가슴을 비추어냈다
그 위로 하얀 꽃잎이 떨어졌다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너의 고독이 나에게 스미었다
그때마다 나는 몸을 움찔거리며 꽃잎에 입술을 덧댔다
빗물이 입술을 적시고
그 물이 네 인고의 눈물이 되어 내 가슴에 닿았다
가슴에서
파문이 일었다
나는 그것을
너라 불렀다
내 속에서 이는 너라는 파문을 끌어안은 채
소리 없이
입술로
너에게 전했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