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by GZ


그리워, 보고 싶어

차마 전하지 못한

그 말을 입에 머금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감는다


바람이

네 숨결이 되어

볼을 감싼다

눈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에

눈동자가 따뜻해져 온다


가슴에서부터 차오른

까만 물을

두 눈에 머금고

커다란 눈을 천천히

깜빡인다


그러면

하얀 무엇이

하얗고 투명한

그 무엇이

눈동자에 맺혀온다


눈을 감아 내리자

어른거리던 그것이 볼 위로 또르륵

떨어지는 그것을 두 손에 받아

손을 펴니

흰나비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하얀 어른거림이 네 손 같아서

네 손에 이끌려 들어가듯

나비를 따라

물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일렁이는

숲으로 숲으로


나비의 날갯짓은 격렬해지고

숲은 깊어 가는데

네 손은 아무래도 잡히지 않아

물끄러미 내 손만 바라보고 있다가

조용히 손바닥에 입술을 덧댄다


혀끝에 닿은 숲의 숨결이

네 숨결이 되어

나를 휘감아와

그립고 그리워

차마 입 밖으로 꺼내 놓지 못한 마음을


입안에서 굴리고 굴리던 그 마음을

폭포 소리에 맞춰 꺼내두니

두 눈에서

소나기 같은 눈물이

네 속삭임이 되어 쏟아진다


그리하여 나는

너를 안듯

내 볼을 꼭 감싸 쥔 채

두 손으로

눈물로 범벅된 네 마음을 주워 담는다


바람이 잦아들고

폭포 소리가 멎고

녹음이 어둠에 둘러싸여

고요해져 가는 숲에는

너와 나 둘만 남았는데


너는

보이지 않고

나는

사라져 가고

숲은 이를 수 없이 고요하다


모든 게 잦아들어 가는데

손 위에 새겨진

두 마리 나비의 형상만이

너의 속삭임의 흔적이 되어

끝없이 날갯짓하며


내가 이른 곳이

네가 날 위해 만들어 둔

숲이었음을 알려온다

너와 내가 아니면 이를 수 없는 곳이

나를 감싸고 있었음을 일러온다


이으고 내가 이 숲에 이르렀으니

해가 다 지면

너와 나의 빛이 닿아

이 숲을 밝히고 있을 것임을

조용히 속삭여온다


강희안_고사관수도.jpg

강희안_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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