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비스의 기능은 앞서 말한대로 너무나도 간결하고 명백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정말 이정도로 단순한 것을 좋아할까? 이미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를 경험한 세대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기능이 풍부하다 못해 매일 다른 테스트에 사용자를 노출시킬 정도. 따라서 어떤 관점에서 우리 서비스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유용한 기능이 없는 서비스”일 수 있다. 쉽게 말해 매력없는 앱인거다.
단순한 기능을 더 돋보이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자주 쓸 수 있는 일관된/편안한 디자인 + 자꾸 들어오고 싶은 위트있는 디자인 이 두가지의 균형이 중요했다. 요약하자면 안정과 도전 사이의 균형이다. 우리같이 규모가 작고 아쉬울 것 없는 서비스에서 할 수 있는 도전들을 하되, 최소한의 사용성은 잃지 않았다.
영감탱에서 사용한 컬러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화이트와 블랙은 사용되지 않았다. 자주 들어오고싶도록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빠르고 간결한 영감 추가'에서 실험할 수 있는 UI요소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컬러 선정에 누구보다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색깔이 다른 서비스와의 ‘차별화' 요소로 활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목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차별화보다 더 큰 목적은 블랙과 화이트보다 대비를 낮게 하여 궁극적으로 시각적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했다는 것. 시각적 대비가 피로도와 직결된다는 연구자료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대비감이 적으면서도 편안한 컬러 팔레트를 찾는데에 집중했었다. 초기에는 다음과 같은 컬러 컨셉을 연상했었다.
오래된 신문지같은 색감이 눈을 편하게할 것으로 추측했기 때문. 그러나 여러가지 색감, 복잡도를 가진 이미지와 다양한 길이의 텍스트를 넣어보고 실험해본 결과, 최종적으로는 웜톤보다는 쿨톤이, 그린보다는 쨍한 오렌지 색이 식별되기에도 더 좋고, 좀 더 위트있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따라서 선정한 최종 컬러 팔레트는 아래와 같다. 일단 컬러가 선정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앱 디자인을 풀어나가야할 지 갈피가 보였다. 중요한 것은 탱 오렌지로 강조, 그 여남은 것은 조화로운 탱 그레이로 안정감을 주는 것.
두번째로 신경쓴 부분은 캐릭터 디자인이다. 사실 앱 서비스에서 캐릭터 디자인이 기능적으로 하는 역할은 많지 않다. 또한 일러스트나 캐릭터를 만드는 행위는 리소스가 무척 많이 들어서, 소위 말해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러나 개성있는 캐릭터는 서비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너무 좋은 수단이자, 귀여운 위트를 더하는 요소이다. 앞서 1편에서 말했듯 우리 팀은 일시적 목적조직이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리소스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서비스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디자인해야했다. 이에 따라 선택한 방법이 바로 ‘스트로크 활용하기’이다.
유사한 스트로크 효과를 공통적으로 사용하면, 패스를 많이 그리지 않아도, 밀도 높고 안정감 있는 느낌을 준다. (물론 우리 서비스의 캐릭터가 그렇게까지 단순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 간단히 스케치를 하고, 스트로크 효과를 입혀 선을 강조했다. 이 캐릭터들은 영감탱의 앱 로고로 쓰이기도 하고, 홈화면의 Empty View, 마이페이지, 팝업 등에도 적절히 활용되었다. 캐릭터는 위트를 주는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저들의 주요 플로우인 ‘영감 추가' ‘영감 조회'에는 최대한 직접적 노출을 삼가했다. 그 대신 사용자가 이탈할 만한 지점이나, 피로도를 느낄 법한 지점(온보딩, 삭제 팝업, 비어있는 홈화면 등)에 적극 활용하였다. 일단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나면, 서비스의 얼굴로 삼아 여기저기 홍보하기에도 좋다는 큰 장점이 있다.
영감탱 서비스 제작기 시리즈
2. 브랜딩
3. 프레이머를 통한 디자인 시스템 제작
4. 데이터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