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얌이 중성화는 정말이지 올해 최대의 빅이벤트였다. 7월에 그렇게 바빴는데도 얌얌이 수술 하나가 더 힘들었다. 너님들이 보기에 많이 키우고 오래 키웠다해서 나에겐 대수롭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매 번 신경이 곤두서고, 오죽하면 나중에 생각했을 때 당시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매 번 새로울 지경.
중성화 다음 회복 후 실밥을 풀 때까지도 끝난게 아니기 때문에 긴장을 계속 하는 편인데(순심이는 아예 재수술, 야물이는 스테이플러로 응급 처치를 했던 적이 있다), 얌얌이는 회복기간 동안 소독도 할 수가 없어서 걱정이 더 많이 됐었다. 어린 개체 치고는 그리 순화가 된 편이 아니라 집에서도 포획해서 병원에 데려갔을 정도. 그 간 많이 친해지고 손도 꽤 태웠다고 생각했으나 병원에 다녀오면 다시 제자리.. 나에게 배신감이 컸나보다. 그렇게 싫어하는 환묘복도 크게 한 몫해서 안그래도 예민한 애가 옷 때문에 더 예민해 지기도 하고. 아무튼 수술 후에는 지 몸에 손도 못대게 해서 소독도 못 할 뿐더러 환묘복도 갈아 입히지도 못하고(여벌로 2개 샀었다) 수술부위 상태가 어떤지도 실밥 풀러가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뭔 TNR도 아니고ㅠ 원장쌤도 이럴 줄 알았으면 TNR처럼 녹는 실로 봉합할 걸 그랬을까 하셨지만 다행히 병원에서는 난리치지 않고 내내 쫄아서 얼어있었다. 얌전하게 실밥 잘 뽑고 드디어 환묘복도 탈의. 휴..
쪼꼬만게 뭘 안다고 아직도 경계하는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해 봤다.
1. 나보다는 호동이가 엄마라고 생각하고 자랐다.
다묘가정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개체의 성격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에게 완연한 불신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을 돌봐주는 동종 어른고양이의 존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의지할 만한 동앗줄이었을 것. 마침 호동이는 세상 모든 걸 사랑하는 박애주의자고, 처음 본 작은 아가도 제 새끼처럼 아꼈다. 그 덕에 얌얌이가 쑥쑥 크는 동안에도 치료 외엔 내가 별로 신경 쓸 게 없었다. 단풍이 때 이미 한 번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너와 나의 관계에 독인 줄도 모르고.
2. 밥자리 멤버가 아녔던 탓.
고양이에게 있어 꾸준히 밥을 주는 행위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정서적 교감)에 큰 기여를 한다. 우리집에 입갤한 녀석들은 단풍이, 얌얌이를 제외하고는 내가 준 밥을 내 밥자리 영역에서 먹던 애들이라 구조 전/후로도 나와의 유대감엔 변화가 없었다. 반면 단풍이와 얌얌이는 어느 날 갑자기 어미도 없이 길 잃고 혼자 나타난 아가였고, 단풍이는 발견된 유치원(그 유치원 맞음)과 주변 원룸에서 손을 태워놨지만 얌얌이는 아니었다. 얌얌이의 시점으로는, 춥고 배고프고 엄마도 없는 와중에 저쪽에 따듯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서 먹으러 들어가본 것 뿐인데, 그 순간 사람에게 납치당해 블라블라 여기까지 와서 중성화도 당함... 게다가 구조 당시 "학대의 정황"까지 있었으니. 그나마 내 손길을 이 정도라도 받아주고 있는 것 만 해도 어쩌면 인심 깨나 쓰고 있는 건지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얌얌이가 나를 사랑하게 되는 일은 스톡홀름신드롬과 같은 개념이라고 봐야ㅠㅠ
구조해서 입양 보냈더니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며 파양을 하거나 무단방사를 저지른 사고를 어제도 보았고,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입양계약서를 빡쎄게 쓴다고 해서 안 생기는 일도 아님.(업보는 다 되돌아 오게 마련이다. 살면서 기대하시라) 현실이 이렇다보니 얌얌이도 입양은 포기했었다. 얌얌이가 사람에게 사랑을 주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그 시간을 기다려 줄 사람이 어쩌면 나 뿐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또 어쩌면, 높은 확률로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았다'가 엔딩일 수도. 애초에 얘들한테 뭘 기대를 한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됐다. 누구 말 처럼, 고양이는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히 밥 값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
하여간 중성화 예약을 하던 그 순간부터 수술, 회복 후 발사까지 약 보름간 스트레스가 상당했는지 4키로가 빠지고, 근 3일간은 떡실신해서 내내 잠만 잤다. 애들은 엄마의 피곤함을 알리가 없으니 밥 달라고 당번을 돌아가며 깨운다. 지금 잠깐 홈캠을 보니 얌얌이가 다 때려엎고 날아다닌다. 보람된 피곤함..
최근 현재 등 번호 19번인 얌얌이가 정말 막내인거 맞냐며 친구가 걱정했었고, 나는 '열린 결말'이라고 답했었다. 결말은 늘 열려는 있겠지만, 나는 내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얌얌이가 영원한 막내이면서 이 중성화가 마지막이었기를 너님들 중 누구보다도 내가 더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