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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록달록 Dec 24. 2022

수도세

20220921

수도세.

뭔 수도세가 시발 만사천원이나 나왔다. 집 말고, 가게 수도세.


편의점에서 물을 쓰면 얼마나 쓴다고. 청소할때, 설거지할때(고양이들 밥그릇), 그리고 라면용 온수기와 커피머신. 이렇게 해 봐야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양 보다도 훨씬 적을텐데.



우리 건물은 3층짜리의 오래되고 작은 건물이다. 1층엔 우리 가게가 있고, 2층은 세들어 사는 집, 3층은 건물주가 살고있다. 건물주 말로는, 건물 전체의 수도세가 하나로 묶여 청구되고 그걸 n빵으로 나눠 계산한다고 했다. 일단 여기서부터도 억울했지만 우리도 같은 세입자니 참았다. 괜히 돈 몇푼에 밉보였다가 수틀리면 쫓겨나는 수가 있으니까. 어쨌든 우리는 본사와 계약한 가맹점이라 세무사에게 보낼 증빙이 필요하니 본인이 말씀하신 건물 전체의 수도세 고지서라도 사진찍어 보내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한번을 준 적이 없었고, 그렇게 어영부영 7년을 보냈다.



처음 몇년간은 만원 내외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원씩 올려받더니 저번달에 갑자기 만사천원이 됐다. 것도 참 웃긴게, 백원 십원 단위는 무조건 절사. 세 집으로 나누는건데 잔돈없이 딱 떨어질리가 있나. 이 양반이 쪼잔하게 무조건 천원단위로 올려받는게 분명했다.


돈 몇백원이 중요하단게 아니다. 건물주씩이나 되가지고 겨우 푼돈에 욕심내는게 꼴보기 싫은거지.



내가 괜히 그러는 것도 아니다. 에피소드가 있었다.



언젠가 건물주 부부 중 아저씨가 종량제 봉투를 잔뜩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내 기억에 10묶음도 넘었었다. 우리 가게에서 사간것도 아니었다.


"시청에서 이걸 쓰라고 줬는데, 우리는 이거 안써. 여기는 많이들 사가니까 이거 좀 팔아 줄 수 있을까?"


장사하시는 분이(다른 동네에서 세탁소를 하신다) 장사하는 사람한테 수수료 한 푼 안주고 대신 팔아달라고? 그리고 종량제를 안쓴다니? 게다가 종량제는 우리도 시청에서 받아올때 매입 기록이 다 남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사입 거래를 할 수가 없다.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그때는 나도 초짜라 건물주가 갑이라는 생각에 억지로 그 종량제를 받았고, 시청 매입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계산해서 현금으로 바꿔 드렸다. 그 아저씨는 공짜로 받은 걸 내게 팔아 꽁돈을 번 셈.


장사를 하면서 '예외'를 둘 순 없다는 걸 이때 알았다. 어쩌다 한번 도와준걸 가지고, 몇개월 후 또 시청에서 준 종량제를 모아 한무더기 가지고 왔다. 당연히 받아주지 않았다. 가맹 특성상 사입은 계약위반이나 마찬가지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해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건물주는 굉장히 섭섭해 했다.


애초에 해 주는게 아니었는데.



다른 상가 건물주들은 본인 건물에 입점한 가게들의 매출을 찍어주려 얼굴도 비출겸 일부러 와서 팔아준다는데, 이집은 그러긴 커녕 이런식으로 삥이나 안뜯어가면 다행.


그러더니 웬일로 건물주 아줌마가 온 적이 있었다. 교통카드를 가지고 왔는데, 충전을 하려는게 아니라 교통카드 안에 들어있는 잔액을 돈으로 꺼내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러 왔다고. 그럼 그렇지. 일단 잔액 확인부터 해 드린다고 했다. 삑-, 320원. 맞으신지 확인해달라 했더니 알고있는 금액이 맞다고.(ㅋㅋㅋ) 교통카드 환불 수수료만 500원인데 이걸 무슨수로 환불함. 미안하지만 불가능. 설명드려도 자꾸 방법이 없냐고 했다. 그럼 잔액 320원 아까워서 어떡하냐며. 시발 그걸 내가 뭘 어떡해. 해당 교통카드사에 문의해 보시라고 했다. 알뜰하다, 알뜰해.



뭐 좋게 말해서 두분이 지나치게 검소하다는 건 알겠는데, 내 말은, 자기 돈이 귀하면 남의 돈도 귀한 법이라는 거다. 운영하는 그 세탁소에 다녀와본 단골들 말로는, 천원이라도 더 받아 먹으려고 기를 쓴다고 했다. 코시국이 심각했던 작년, 자영업자의 매출이 떨어져 건물주들이 월세를 내려주는 추세였을 때에도 이사람들은 눈치도 안보고 오히려 올렸다. 독한 것들. 수도세도 부르는대로 쿨한척 내주니 조금씩 올려 받아도 괜찮을 줄 알았겠지.



터무니없는 부당함에 이젠 참을 만큼 참았다. 다음달치 받으러 오실 때에는 꼭 고지서 좀 챙겨다 보여주시라고 요구했다. 세무사 핑계를 대면서. 건물주 아줌마는 당황해서 헛소리를 했다.



"않이,,, 그게 어딧능지 모루겐내,,"



모른다면 만사천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금액이란 말이냐, 이 노랭이 할망구야.


어떻게 나올지 두고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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