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욕심이 많다. 지는 걸 못견딘다. 악착같이 도전하고 해내고야 만다. 하지 못하면 좌절이 배로 찾아온다. 잠을 잘 이루지도 못한다. 속상한 맘에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기도 하고. 의연하게 대처하지도 못한다.
산들바람에도 휘청거리는 여린 잎새같다. 지는 걸 못하니(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일상생활에 타격이 있을 지경이니) 가벼운 내기도 잘 하지 않는다. 게임을 해도 이길 때까지 하는 못된 버릇도 있었다. 해서 웃어 넘기며 쿨하게 승패를 인정할 수 있는 너른 마음 따위도 갖고 있질 않다. 겉으론 웃어도 속에선 불길이 휙휙 인다.
내 성격이다. 진짜,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단점.
물론 장점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분명 단점이다.(아, 진짜 싫어...)
난 누군가에게 지는 것보다도 내 스스로 세워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듯 하다. 다행히(이걸 다행,이라고 말한다는 게 부끄럽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타인에게 지는 일은 어느 정도 단련도 됐고 받아들이는 게 크게 힘들지 않다. 문제는, 내 스스로 정해둔 그 무엇의 기준점이 상당히 높고 그로인한 좌절과 슬픔을 오래도록, 진하게 겪는다는 거다.
고치려고 부단히 발버둥치지만 타고난 성품이 그렇다보니 참, 쉽지가 않다.
곰곰, 생각해 본다. 내가 저렇게 지는 걸 하지 못한다는 건, 바꿔 말하면 굉장히 교만하다는 거다. 아주 거만, 오만, 건방진 거다...
겸손해야 하는 거 안다.
잘 익은 벼 일수록 고개를 숙인다, 겸손해야 더 높아지는 법이다...
나도 다 안다. 노력도 한다.
그나마 나이가 먹으니, 속은 쓰리고 상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괜찮다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겸손의 성품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갈 길이 멀고도 바쁘다.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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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이라는 건, 그런거다. 나보다 당연히 잘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실패하거나 해내지 못하는 일도 있으며. 지는 일도 숱하게 일어난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도, 더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도, 지위가 낮거나 어리숙하게 보이는 사람에게도, 분명 나보다 나은 점이 있으며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알고 배울 자세가 되어 있는 것. 모든 이를 존중하는 것.
알고 있음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니 이 또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드러내 보이는 것일터.
갖고 싶다, 겸손의 성품.
가질 때까지 노력은 하겠지만, 참 탐나는 성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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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골짜기의 물을 모은다.
- 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