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십대에 만난 사랑은 풋풋한 사과향이었다.
그를 보냈어도 몇 달 슬프다가
다시 꽃처럼 웃었더랬다.
친구들과의 수다만으로도 잊고 웃어볼 수 있었다.
교복을 입고 서점에 가서
좋아하는 책 한 권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한참을 행복하던 때였기에.
이십 대에 한 사랑은 마치 다크 초콜릿 같았다.
씁쓸했지만 달콤한 향이 날 또 사랑으로 이끌었다.
생각만으로도 입이 써서
미솔 지어도 얼굴이 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쓰디쓴 이별을 견디고 나면 다가올
사랑의 달콤함이 강해서 다시 또 찾곤 했다.
서른, 후에
내가 만난 사랑은,
그 후 꼬리표처럼 온 이별은,
지독했다.
아파? 슬퍼?
느낄 겨를도 없이
무너지는 마음 동여 잡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다가오는 사랑에도
흠칫,
뒷걸음질 칠만큼.
상처가 나면 약도 바르고
아파 열이 나면 좀 쉬기도 하고.
그러면서 며칠 앓고 나서 툭 털고 일어나면 되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무의식이 기억하는 이별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의식이 느끼는 것보다 더 차갑고, 어두웠다.
툭, 털었다고 생각해서 일어섰는데
크게 휘청거렸다.
괜찮다고 웃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무겁게 아팠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겁도 함께 커지나 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항상 재고 따지고 하게 됐다.
혹시나 오게 될 상처나 아픔이 어느 정도 일지,
그래서 그 후에 내가 과연 얼마 동안 힘들어하고 나서야
이겨낼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아파도 괜찮아,
밝게 웃던 내 십대와 이십 대의 용기가 그리웠다.
그래서 난,
의도적으로
괜찮다,
하면서 씩씩하게 굴어보기도 한다.
두려움에 흠칫, 뒤로 물러나기도 하지만
다시 맘을 다잡고 눈 꾹 감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사적이다.
효과가 있다.
그저 덩그라니 움츠리고 앉아만 있는 것보다
느리지만 한 걸음 떼어놓는 연습을 하는 게,
다가올 이별에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을 맞는데 굉장한 효과가 있다.
그러다 보면,
진짜로 괜찮아, 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어제의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의 용기를 내는 나를,
내일의 사랑이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당신도,
진짜로 괜찮아질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