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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그린 Nov 08. 2015

세상의 모든 흔들리는 것들,

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하아, 하얗게 터져나오는 숨결조차 

눈에 보이는 어둑한 밤.

홀로 바라본 강물 위엔 밤의 향기가 반짝인다.


달이 높게 오르면 물 위에 달 그림자도 길게 눕는다.

바람이 물결을 만들면 흐린 그림자가 처연하게 흔들린다.


세상의 모든 흔들리는 것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가을 나뭇잎도,

물결따라 울렁대는 물빛 그림자도.


비가 오는 날이나 바람이 부는 날,

혼곤하게 처지는 내 마음도.


괜한 날씨 탓을 하기 일쑤지만 그 때문이 아닌 건

나도, 하늘도 알고 있다.

가슴 가득 사랑을 품고 있을 땐 비바람이 몰아쳐도 꽃동산에서 향기를 맡고 있었으니까.


까짓 거 이별 눈물 방울 흘리는 밤이, 하루 이틀도 아니사랑이야 다시 올 것이고.

오랫동안 하지 못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아픈 상처도 시간 흐르면 아물어질 것을.


매번 이렇게 휘둘리느냐, 한심하다가도.


그래도, 사랑인데...

아프지 않게 슬렁슬렁 누군가를 보내고 나면

맑은 술 한 잔에 눈물 곁들여

이별했노라,

말하기 부끄럽잖아.


그래서 흔들리고 있는 거라고.


다음 사랑을 맞을 때까지,

좀 더 당당하게 보낼 수 있게.


다시 올 사랑, 네게도 내가

온 마음 다해 달려 가겠다 고.

해서, 결국엔 다시 널 보낸다 하더라도

 미친 듯 아파하며 견뎌주겠다 고.


그렇게 약속하는 거라고.


*


세상, 모든 흔들리는 것들 한가운데,

그 중심에,

바로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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