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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그린 Dec 06. 2015

밤에 다듬이 소리를 듣고,

발해의 한시 한 수 소개 합니다


                                                                        -  양태사



서리 기운 가득한 하늘에 달빛 비치니 은하수도 밝은데

나그네 돌아갈 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네

홀로 앉아 지새는 긴긴 밤 근심에 젖어 마음 아픈데

홀연히 들려오는 이웃집 아낙네의 다듬이질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며 바람결에 실려와

밤 깊어 별빛 기울도록 잠시도 쉬지 않네

고국 떠나온 뒤로 듣지 못하더니

이제 타향에서 고향 소리 듣는구나

방망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다듬잇돌 평평한지 아니한지

멀리서 가녀린 몸에 땀 흘리는 모습 측은히 여기며

밤 깊도록 옥같은 팔로 다듬이질 하는 모습 보는 듯하네

나그네에게 홑옷 지어 보내려고 하는 일이지만

그대 있는 방 찬 것이 먼저 걱정이구려

비록 예의 잊어 묻기 어렵지만

속절없이 원망하는 그대 마음 모를 리야 있겠는가

먼 이역에 가 있네 그래도 새로 사귄 사람 없지

한 마음이기를 원하네 그러면서 길게 탄식하네

이때 홀로 규중으로부터 탄식소리 들리니

이 밤 아름다운 눈가에 눈물 고임을 그 누가 알리

그립고 그리워서 마음은 이미 그대에 젖어 있는데

또 들리누나 괴로운 이 마음

차라리 잠들어 꿈속에서 소리 찾아 가고 싶은데

다만 근심으로 잠조차 이루지 못하오


*


참 아름답고도 쓸쓸한 시 입니다...

고요히 눈발 날리는 밤에,

눈을 감고 새기다 보면

맑은 눈물 방울 하나, 만들어 질 만큼.

그리움이 가득 담긴 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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