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그린 Dec 31. 2015

어서 와요, 새로운 시작,

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마무리를 하자마자 시작이 다가온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일요일이 끝나고 월요일이 오기 전에

쉴 틈이 있었으면.

말일이 지나가고 첫날이 시작되기 전에

다른 날이 존재했으면.


그랬더라면 내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맺음을 하고

더 괜찮은 처음을 열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런 잡 생각을 길게 할 시간도 없다.


바쁘게 굴러가는 시간 안에서 달리다 문득,

서늘한 바람에 고개를 들어보면.


이미,

시작하고 나서도 여러 날 혹은 여러 달이 지나있으니.


'정신없다'

라는 말에 딱 맞게 살아내고 있으니.


*


벌써 일년이라는 긴 시간을 써 버리고

새로운 일년을 앞두고 있다.


돌아보면 후회 잔뜩, 슬픔 한 무더기, 기쁨 방울방울,

행복도 가득했던 꼬박 일년.


다신 만날 수 없는 2015년과의 이별이기에 더 진하게 아쉬운 건지도 모르겠다.

필요할 때 꺼내보고, 다시쓰고, 지웠다 쓰고 할 수 있는 물건따위가 아니기에.


그래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과,

새 해를 맞이하는 날엔,

다들 복잡미묘한 생각들로 잠 못 이루는 게 아닐까.


어제와 다를바 없는 하루인데도

유독 그 날엔,

나이 한 살 더 먹는거지 뭐,

하면서도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휘몰아침 때문에 바알갛게 솟는 해를 보겠다고 하는 게 아닐까.


새해 인사를 하고 나서도,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움직이는 내 몸과 맘을 알지만.

그래도 진흙밭에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겠다고

다이어리를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고, 반성과 위로의 시간을 갖고.

그렇게 싱숭생숭한 맘을 달래보는 거겠지.


존경하던 은사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무얼하고 싶은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찾고 그를 위해 방향을 잡아 꼬물거리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다.


그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매 새 해를 맞이하는 순간마다,

꺼내보며 나를 다독이곤 했다.


아직은 시퍼렇게 날 선 내 청춘이 꿈틀대고 있으니,

답답할 정도로 느리더라도 힘을 내 보자고.


그래서,

또 다시 작년과 비슷한 일년을 살아내더라도

그 일년의 마지막 날엔.

한 뼘 성장하기 위해 힘썼고,

반 뼘 정도는 컸다고 뿌듯해하는 날 만나보자고.


그러니,

와라!


버겁고 힘들고 무지막지한 일년이 되겠지만,

그 틈새에서 나는 또 한 살 나이를 먹고.

또 한 번 성장할 테니.


오너라, 새 해여!



매거진의 이전글 가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