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1),

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by 임그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꿈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된 후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품어왔던 꿈이었다.

그러다, 글을 쓰지 않기로 결심한 적이 있다. 사는 게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연필을 보면서도 외면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고 쓰고 싶은 글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더 급했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로 감당해야 했던 삶의 짐이 무거워 꿈의 무게까지 들고 있을 힘이 없었다. 내려놓으면서 생각했다, 이젠 가벼워질 거라고.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지만 숨을 쉴 수는 있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시간이 흘렀지만 무게가 줄어들지 않았다. 어깨에 멨던 짐 중에 가장 오랜 시간 들고 있던 걸 내려놓았는데. 그 무게가 엄청나다고 생각해 왔는데.

삶은 계속 치열하게 돌아갔고, 등은 여전히 아팠으며, 내려놓은 만큼의 무게가 마음에 얹히기 시작했다.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마음에 무언가를 담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체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하나씩만, 과하지 않게 품어 봐도 뻐근했다. 꿈은 버려두고 다른 걸 삼키니 그럴 만도 하지. 가슴 끝 갈비사이가 아프고 결국 숨을 쉬는 게 힘들어진다. 코와 입 주위의 공기가 부족했다.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입을 크게 벌려도 통증은 마찬가지이다.

삶과 꿈을 함께 들고 있을 때는 울다가도 웃을 수가 있었는데. 꿈을 품고 있을 때는 내일을 생각할 수가 있었는데, 멀리 볼 수가 없으니 오늘을 살아내기에 급급했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툭하면 눈물이 쏟아졌다. 내 글을 쓸 때도 괴롭고, 쓰지 않는 것도 아프고, 다른 이의 글을 보는 것마저 속이 상했다. 나를 미워하고, 남을 탓하게 됐다.

망가지는 날 방치할 수가 없어, 다시 글을 쓰기로 한다. 글을 쓰자마자 어지러움이 사라졌다. 숨을 쉬게 되고 가슴이 시원해졌다. 묵직하게 얹혀있던 무언가가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통증이 줄어드니 웃고 싶어졌다. 당장 꿈이 이뤄지진 않겠지만 앞을 볼 수가 있었다. 오늘의 바닥만 보며 떨궜던 고개를 들어 하늘도 보고, 내일을 기대하게 되었다.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예전에 내가 어떻게 웃었는지 기억이 났다. 행복했다. 슬픔 중에도 희망이 있었기에 견딜 만 했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내 너를 버려두지 않겠다고.
또 생각한다, 너를 잃는 건 나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나는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연필을 들고 사각사각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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