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사랑에 성공과 실패의 개념이 있겠냐 마는, 만약 있다면, 해서 내가 아픈 게 사랑의 실패 때문이라면, ‘기대감’이 원인일 것이다.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따뜻한 목소리 한 번을 희망하며, 사랑 가득 담긴 눈빛을 원하는 내 ‘기대감’ 때문에.
사랑을 할 때 상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다. 울리지 않는 전화나 나를 배려하지 않는 말투, 무심코 스치는 눈길 따위에 덤덤할 수만 있다면.
시작할 땐 동시에 출발한다. 탕 소리가 울리면 함께 손을 잡고 걷기로 한다. 중반 즈음되면 속도의 차이가 드러난다. 어느 순간 혼자라는 걸 깨닫고 혼란스러워 돌아보면 저 뒤쪽으로 그가 보인다. 초조하다. 자꾸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내 발걸음과, 이미 흥미를 잃고 시큰둥한 그의 표정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그때부턴 눈치를 본다, 조심스러워진다. 그의 표정을 살피고, 목소리에 초조해지고, 반응에 신경 쓴다.
시간이 흘러 종반이 되면 스스로 지친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입는 상처를 치유하려고 사랑의 조각을 떼어다 상처 위에 덧댄다. 완벽한 치유법이 아니니 속에선 진물이 터진다. 결국 더 이상 떼어낼 사랑 조각도 없는데다 상처는 온몸으로 번져나가 구제할 방법이 없게 된다.
'Goal in'이라고 쓰인 팻말이 산산조각 나 널브러져 있다. 금을 밟고 서서 마지막으로 돌아본다. 그는, 흐릿한 향기만 남긴 채 흔적도 없다.
욕심이 가져온 결말이다.
반복하고 싶지 않고, 그러지 않으려 하지만 그에 대한 내 마음이 클수록, 커질수록 욕심도 커진다.
나는,
매번 상처 입은 채 홀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