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오늘의 하늘이 무슨 색이었더라.
가끔 늦은 밤, 책상에 앉아 멍하게 있다가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무슨 색이었지? 날씨는 어땠더라? 구름이 있었던가?
늦은 시각 축 늘어진 어깨로 피로를 짊어지고 오느라 고개 한 번 들어 하늘을 볼 생각을 못했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거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그만큼 나를 돌아볼 여유는 없어지는 것. 해서 오늘의 하늘이 어떤 모습을 하고 나를 지켜봐 주었는지도 돌아봐 줄 수 없는 것.
삶의 무게가 지금보다 가벼웠을 때는, 아침에도 한 번 밤에도 한 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살피곤 했는데. 지금은 직장상사의 눈치도 봐야 하고, 동료들 일상에 관심도 가져야 하고... 정작 나와 내 맘을 돌볼 시간은 없다.
바다 닮은 하늘빛이 저 멀리서부터 달려와 힘들 때 잠시 쉬어가라고 하루 종일을 기다리는데, 등 한 번 꼿꼿이 세울 여유가 없다니. 왜 한 번을 보아주지 않느냐고 투정도 없는 하늘인데, 그 맘을 몰라주고 외면하고만 있다니.
어제도 그제도 한 달 전에도, 내일도 모레도 일 년이 지나도, '에잇 나 안 해' 할 하늘이 아닌 걸 알기에.
'너를 잊었구나, 미안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같은 모습으로 내 몸을 감싸주는 그를 알기에.
그래서 이러는 건가 보다. 무너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도망가거나 게을러지지 않는, 묵묵한 그를 믿고 있어서.
오늘의 하늘이 무슨 색이었더라? 어제랑 같았겠지 뭐...
내일의 하늘엔 꼭 한 번, 웃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