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꽃을 좋아하시나요?

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by 임그린


무슨 꽃을 좋아하시나요?

코스모스요.

아, 네...


꽃집 앞을 지나고 있을 때였고, 수 많은 꽃들이 흔들리며 유혹하고 있었다. 네 원한다면 선물하겠다, 희망을 품고 묻는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빛깔이 고운 녀석, 향기가 좋은 녀석, 줄기가 곧은 녀석, 함께하기 행복한 녀석들이 즐비한 꽃들을 보면서도 난 왜 저렇게 툭 말을 내던졌을까. 차갑지 않았지만 고민의 흔적도 없었고, 설렌 맘으로 묻던 옆자리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


탱자나무가 네 집과 내 집을 연결하며 돌담을 두드리던 곳. 폭 들어앉은 동네 뒤편으론 동산이 있고 앞쪽엔 푸르스름한 물이 흐르던 곳. 학교를 가기 위해 꼬불꼬불 골목을 지나 찻길을 건너 한참을 걸어야 했던 곳. 난 그런 곳에서 뛰놀며 살았다. 들로 산으로 다니다 보니 이 꽃도 보고 저 꽃도 보고. 이름 모를 꽃들과 안녕, 정도는 하던 사이였다.

지금처럼 푸른 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면 여름내 환하던 꽃이 지고 쓸쓸한 나뭇잎이 옷을 갈아 입으려고 준비를 한다. 그때가 오면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코스모스는 들녘에서 가녀린 몸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잘 가, 내년에 보자.


그 흔한 코스모스가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내 키가 작았던 그때, 코스모스길을 걸으면 그들과 어깨동무를 할 수 있었다. 연약한 몸뚱이들이 바람에 얼마나 흔들리던지, 작은 손으로라도 잡아주고 싶었다.


단순한 꽃잎이 좋았고, 잘 뻗은 줄기가 좋았고, 흔들리는 여림이 좋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다웠다.

코스모스는 단발머리에 볼이 볼그레한 소녀 같았다.

수줍게 인사하다가 까르르 웃으며 얼굴 붉히는 주근깨 송송 소녀 같았다.


찻길이 생기고 길이 더 넓어지고.

코스모스가 한껏 웃던 자리가 없어지고 큰 건물들이 들어섰다.

좁디좁은 인도 틈에서 겨우 살아가는 코스모스 하나 둘, 외로운 친구들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들이 그득하던 그곳을, 아무 욕심 없이 달리던 내 소녀시절의 웃음을 다 짓밟힌 것 같아서. 더 많이 보아 두고 더 많이 예뻐해 줄걸. 다 주지 못한 내 사랑이 못내 아쉬워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무슨 꽃을 좋아하세요?


내 어린 시절을 함께 지낸, 코스모스요...

나는,

코스모스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