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화장실에 쓰레기통이 따로 없고, 비닐봉지를 벽에다 걸어두고 쓰레기통으로 사용한다.
그렇게 하면 쓰레기가 많이 쌓이지도 않고 바로 비닐봉지를 묶어 내다 버리기도 편하다.
비닐봉지도 따로 구매한다기보다 그때그때 있는 봉지로 사용한다.
그래서 때로는 베이커리 로고가 박힌 흰 봉지, 때로는 슈퍼의 검은 봉지, 때로는 시장 채소가게의 노란 봉지 등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종류 또한 봉지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가끔 종이 쇼핑백들도 사용한다.
그렇게 종이 쇼핑백이 화장실 벽에 걸린 어느 날이었다.
샤워를 하던 도중이었는데,
툭. 하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샤워기 물에 종이 쇼핑백이 푹 젖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끈이 찢어져서 바닥에 종이 쇼핑백이 떨어진 것이다.
거기서 문득
'아.
종이와 물의 상성이 좋지 않아서구나.
평소엔 비닐봉지라서 그런 일이 없었는데..
물과 방수가 되는 비닐.
물과 방수가 안 되는 종이.
하물며 사물 또한 저렇게 상성이 존재하는데
인간관계도 그렇겠구나.
어떤 사람과 관계가 잘 되지 않거나, 안 좋게 끝났을 때.
내가 이상하거나 못나서가 아니라,
그저 둘의 상성이 맞지않아서였겠구나.' 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조차 난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