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실망했을 때 지켜야 할 단 한 가지
한국대학생인재협회에서 리더로 활동한 지 벌써 18년이 넘었다. 실무진으로서 대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헌신한 시간도 어느덧 17년을 넘어간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만여 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들이 예뻐 보여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생일이면 작은 선물도 챙겨주었다. 자소서를 함께 다듬고, 모의 면접을 도와주며, 실제로 실무진 회사에 채용 기회가 생기면 추천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도움을 받은 뒤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조직에 돌려주려 애쓰는 이들이 있다. 지금의 한대협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다. 단연코 1%에 해당하는 귀한 인재들이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게 따뜻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친구는 취업하자마자 갑자기 연락을 끊었고, 함께 오래 활동하고 싶다던 친구가 입사 후 몇 주 만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도움을 받고 취업한 뒤, 오히려 조직에 누명을 씌우거나 해를 끼치려는 사람도 있었다. ‘배은망덕’이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맴돌 만큼 씁쓸한 순간들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일은,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동역자들로부터 상처되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어떤 말은 직접적으로 내 앞에서 전해졌고, 어떤 말은 뒤에서 들려왔다. 그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쌓아온 시간이 있었기에 당시에는 더 충격이 컸다. 하지만 그 시간도 잘 지나왔고, 나는 그들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해가 풀리고, 각자의 성숙함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관계가 회복되었다. 서로의 허물을 덮고, 함께 쌓아온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는 마음이 서로를 다시 이어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개개인의 훈련과 성숙의 정도에 따라 실수의 빈도와 깊이는 다르지만, 때로는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고, 감정에 휘둘릴 때도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말실수를 하기도 하고, 내가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할 때도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잘해줄 때는 고마운 마음이 들지만, 조금이라도 섭섭한 일이 생기면 흔들리기도 한다. 나 역시 연약하고 불완전한 사람이다.
이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할수록, 타인에 대해서도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 한 가지 깨달음이 있다. “완전 무결하신 예수님도 사람들에게 비난받으셨다. 그런데 나는 예수님과 달리 흠도 많고 부족한 사람인데, 비난을 받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의롭고 선하신 예수님조차 가장 가까웠던 제자들에게 배신을 당하셨다. 그런데 나처럼 간사하고 때로는 악한 모습도 있는 사람이 가까운 이에게 배신당할 수 없다는 건 오히려 오만한 생각 아닐까?” 이 단순하지만 분명한 진리가 내 마음의 중심을 다시 세워주었다.
배신과 실망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 원인이 나에게 있었을 수도 있고, 상대의 미성숙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돌아보고 고칠 점이 있다면 기꺼이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그 일이 내 마음과 인생을 무너뜨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오늘은 따뜻했던 사람이 내일은 실망을 줄 수도 있고, 지금은 상처를 준 사람도 언젠가는 돌아와 사과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음을 닫기보다, 사람을 더 깊고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받은 상처보다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따뜻함이 더 큰 사람으로 남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길을 오래 걷기 위해 지켜야 할 단 한 가지 아닐까.
누구나 배신당하고, 상처받고,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내 마음만큼은 무너지지 않게 지켜야 한다. 평안은 상대방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는 사람을 ‘믿고 의지할 존재’로만 여기기보다, ‘사랑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실망 속에서도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진짜 리더가 품어야 할 건강한 관점이자, 오래가는 관계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