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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없는 열심보다 중요한 것

중간 점검이 성장을 만든다

우리는 흔히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속에서, 끈기 있게 밀어붙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어떤 일을 맡게 되면 일단 달리고 본다.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열심히. 하지만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깊어질수록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 가고 있는 건 아니다.’


열심이 방향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방향을 잃은 채 계속 달리다 보면, 애쓴 만큼 어긋나버린 결과만 남기도 한다. 처음엔 의미 있었던 일이 어느새 ‘버티는 일’이 되고, 팀워크는 흐트러지며, ‘왜 시작했는지’조차 희미해진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중간 점검’이다.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에서는 모든 프로젝트가 3~4주차쯤 되면 팀별로 기획 PT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각 팀이 준비한 기획안을 실무진 국장들 앞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애초에 정했던 핵심 컨셉은 희미해지고, 그 자리를 ‘좋은 아이디어들의 종합선물세트’가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팀원 각자가 나름대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다 보니, 이것도 좋고 저것도 아깝고, 결국 다 넣고 보자는 식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탄생한 기획안은 방향성이 흐려져 결국 상위 리더로부터 “핵심을 다시 잡아 정리하라”는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아이디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획 회의 중간중간에 “지금 우리가 방향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점검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기획 단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행 단계에서도 쉽게 반복된다. 팀의 공동 목표를 자주 리마인드하지 않으면, 그 목표는 금세 잊히고 각자 눈앞의 일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팀 전체의 방향은 흐트러지고,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기 쉽다. 예를 들어, 영업 MD 팀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자’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세웠다고 하자. 그런데 몇 주가 지나자 일부 팀원들은 기존 방식으로 매출을 채우는 데만 집중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시도는 뒷전이 되고, 결과만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익숙한 방법만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중간 점검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에 맞게 잘 가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사실 이는 팀이나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일상과 성장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올해는 건강 관리를 잘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하자.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일이 많아지면, 어느새 예전처럼 밤을 새우고, 끼니를 거르고, 운동도 생략한 채 살아가게 된다.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목표 자체가 흐릿해진 것이다. 정기적으로 내 목표를 리마인드 하고, 내가 그 방향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하지 않으면, 결국 그 목표는 희미해지고 만다. 심지어 그 목표가 무엇이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미 방향을 잃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간 점검은 중요하다. 멈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제대로 가기 위해서 멈추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지금 이 방향은 맞는가’,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그 이유에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우리 팀에게, 조직에게 자주 던져야 한다. 중간 점검은 불편하거나 두려운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는 성장의 습관이다. 잘못을 찾아내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기회다.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는 용기다. 괜찮은 척하지 말고, 충분한 척하지 말고, 내 마음과 행동, 그리고 지금의 방향을 진짜로 들여다보는 것.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다가 결국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안에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즉 '목표 의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목적 없는 열심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결국 소모되게 한다. 반면, 중간 점검을 통해 방향을 되짚는 사람은 더 오래, 더 깊이 나아간다.


일은 계속된다. 팀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 흐름 속에서 가끔은 우리 모두 이렇게 물어야 한다.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그 질문 앞에서 정직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더 성장한다.


glenn-carstens-peters-RLw-UC03Gwc-unsplash (2).jpg 사진: Unsplash의 Glenn Carstens-Pe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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