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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다녀왔다고
취업이 쉬워지진 않는다

교환학생과 어학연수가 경력으로 남기 어려운 이유

"요즘 다 교환학생 간다는데, 나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닐까?"

"영어 성적은 무조건 필요하니까, 어학연수는 다녀와야지..."


실제로 주변 동기나 선배들이 하나둘 외국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 괜히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나만 이력서에 쓸 게 없는 것 같고. 그래서 이유도 충분히 따져보지 않은 채 무작정 준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준비하는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는, 대부분 시간과 돈만 낭비하고 끝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가 실무 현장에서 생각만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말은 내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다. 실제로 수많은 기업에서 면접관으로 일하는 사람들, 사회에 먼저 나간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그 경험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경험이 실제 '경력'으로 연결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교환학생 다녀왔다고 해서 갑자기 일머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어학연수 갔다 왔다고 해서 협업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당신이 '어디를 다녀왔는가'보다 '무엇을 해봤는가'를 묻는다. 팀을 이끌어본 경험,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 갈등을 조율해 본 경험, 그리고 기한을 맞춰 결과를 낸 경험. 그게 없다면, 외국에서 몇 달 있었다는 사실은 그저 여행과 다를 바 없다.


유튜브 채널 '면접왕 이형'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이야기 한다. (참고 영상 제목: 학력 학점 자격증 어학점수 공모전 인턴 수상실적 알바) "어학점수는 딱 최소 요건만 채워라, 그 이상 따는 것은 아무 의미없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언어 능력 자체가 핵심인 직무가 아니라면, 영어 성적도 최소 기준만 넘기면 그만이다. 정말 고급 어학 역량이 필요하다면 아예 네이티브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나, 국제학부 출신, 혹은 해외 거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찾는다. 결국 대부분의 직무에서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문제 해결 능력과 조직 적응력이다.


많은 이들이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이 '6개월짜리 투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출국 전 비자 준비, 언어 적응, 수업 시스템 파악, 현지 생활 정착에 2~3개월은 기본이다. 돌아와서 다시 한국 사회와 학교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6개월의 해외 경험은 결국 앞뒤로 1년을 삼켜버릴 수 있다. 게다가 그 1년 동안 당신이 놓치는 건 단순한 시간만이 아니다. 팀 프로젝트, 리더 경험, 인턴십, 실무 경험, 실무 교육 등 취업에 훨씬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단순히 외국을 다녀온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성장했고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면, 그 경험은 취업 시장에서는 크게 의미를 갖기 어렵다.


특히 지금의 취업 시장은 더 냉정하다. 신입이라도 연봉과 처우가 괜찮은 회사를 들어가려면, 단순한 스펙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1~3년 차 경력을 가진 '중고신입'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들과 어깨를 겨루려면, 그들의 경력에 준하는 프로젝트 경험과 실무 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오너십과 로열티를 입증할 수 있는 경험이다. 중고신입은 이전 회사를 떠나 더 좋은 조건을 보고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잇속을 따지지 않고 조직에 헌신한 경험, 그리고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 경험은 기업이 눈여겨보는 차별점이 된다. 이런 요소들이 중고신입과의 경쟁에서 당신만이 가질 수 있는 '비밀 병기'가 될 수 있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가려고 하는 학생들 중에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나도 가야 할 것 같아서' 준비하는 경우다. 정말 필요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이 다 가는 걸 보니 불안해서. 남들 다 한다는데, 나만 안 하면 손해일 것 같아서. 이런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런 선택은 대개 취업 시장에 대한 무지와 소비자 입장에서의 불안감이 만든 착각이다. 주변에 '갔다 왔다'는 사실만 강조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불안감에 휘둘려 움직이기보단, 더 치열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게 현명하다.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은 결국 '무엇을 했는가'라는 증거와 연결되지 않으면 공허한 스펙일 뿐이다. 차라리 교내나 대외활동에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협업하고, 마감에 쫓겨가며 일머리를 익히는 편이 훨씬 실속 있다. 지금 3, 4학년이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많지 않고, 취업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하다면 외국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실력을 쌓는 데 집중하라.


만약 그저 해외에 한 번 나가보고 싶어서 연수나 교환학생을 고민하는 거라면, 차라리 여행을 다녀오는 걸 권한다. 경험은 많을수록 좋지만, 그 경험이 시간과 비용 대비 실질적인 '가치'로 이어져야 후회가 없기 때문이다.

nick-morales-BwYcH78rcpI-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Nick Mor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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