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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 자수취업? 이라는 건 없다!

성공을 혼자의 힘으로 착각할 때 생기는 세 가지 문제

오늘 오후 한국대학생인재협회 인사팀에서 ‘멘토 소개’ 문서를 준비하며 내 소개글을 작성해 왔다. 그중 내 이름 옆에 붙은 여러 키워드 중 하나가 ‘자수성가 사업가’였다. 나는 단번에 말했다.


“그냥 사업가라고 해줘. 자수성가는 무슨. 다 하나님 덕분이고, 지도교수님 덕분인데.”


이 말을 가볍게 한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자수성가’라는 표현에 줄곧 거부감을 느껴왔다. 이 단어에는 마치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이뤘다는 식의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그 누구도 '나만의 노력으로 성공했다'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인생에는 수많은 고비가 있다. 혼자의 힘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순간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 곁에는 조언을 해준 사람, 기회를 준 사람, 조용히 응원해 준 사람이 있었다. 때로는 그 존재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더라도, 우리가 노력할 수 있었던 환경과 구조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있었다.


자수성가라는 표현은 타인과 시스템의 기여를 생략해 버린다. 스스로의 성과를 강조하려다 보면, 그 기반이 된 수많은 요소들을 놓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사고방식이 개인의 태도와 관계, 위기 대처 방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일례로 취업도 마찬가지다. ‘자수취업’이라는 말이 있다면, 아마 가장 큰 착각일 것이다. 오래전 한대협 설명회에서 실제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한대협 활동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학생이 사례 발표자로 나와 자신의 치열했던 취업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발표가 끝난 뒤 누군가 질문했다. “정말 자소서랑 면접을 다 혼자 준비하셨어요?” 그 학생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네! 저 혼자 다 했습니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물론 최종합격한 기업의 전형은 혼자 준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전에 수차례 실패했던 지원 과정에서는 나를 포함해 여러 실무진이 자소서와 면접을 함께 코칭해 줬었다. 그 피드백과 반복된 연습 위에서 얻은 통찰이 이번 결과로 이어진 것인데, 그런 과정을 모두 지운 채 ‘혼자 해냈다’고 말하는 건 지나치게 단편적인 해석이었다. 발표자로 나선 자리였기에 더 아쉬웠다. 한대협 활동을 통해 도움을 받은 것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면, 더 진정성 있게 들렸을 것이다.


이처럼 자수성가했다고 착각하는 태도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를 넘어서, 사고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자칫 자기 확신이 지나치게 커진다. 성과가 쌓일수록 ‘내 판단이 맞다’는 믿음이 강화되고, 주변의 조언은 점점 불필요한 간섭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부터 학습은 멈추고, 자기 틀 안에 갇히게 된다. 점점 유연한 사고가 힘들어지며 스스로 몰락하게 된다.


또한, 인간관계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자신이 이룬 성공을 온전히 자기 몫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타인의 기여를 인정하는 데 인색해진다. 이는 곁에 있던 사람들에게 ‘당신은 필요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로 전달된다. 작은 서운함이 쌓이고, 결국 신뢰가 무너지며 사람을 잃는다.


무엇보다도, 자기 확신이 지나치게 강하면 실패에 대한 회복력이 떨어진다. 모든 결과를 자기 책임으로 여기는 사람은, 실패마저 전적으로 자신의 무능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자신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지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나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무너뜨리게 된다.


결국 ‘자수성가’라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위험한 착각일 수 있다. 개인의 노력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 노력조차 가능하게 만든 관계, 환경, 기회를 무시하는 순간, 그는 주변 사람들과 공동체와의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으며 결국 불안과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좋다.
“제가 노력한 건 사실이지만, OOO분들이 없었다면 정말 불가능했을 겁니다.”
“저는 주변의 지지와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진짜 강한 사람은, 도움받은 사실을 숨기지 않는 법이다.


사진: Unsplash의 Razvan Chi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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