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알아차리는 순간에 깊어진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성악 수업을 듣는다. 최근엔 <그리움 녹아내려>라는 아트팝 곡을 배우고 있다. 가사도, 멜로디도 참 절절하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으면 아무리 좋은 상황이어도 외롭고,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으면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견딜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느 날처럼 성악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함께 노래를 부르던 중, 갑자기 남편 생각이 났다. 남편이 내 곁에 없다면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머, 내가 왜 이래!'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내 모습에 당황해서 황급히 닦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길 바라며 애써 감정을 누르고 수업을 마쳤다.
예전에 한 번, 엄마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르다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엄마에 대한 사랑은 평소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남편 생각에 이렇게 눈물이 나올 줄은 몰랐다. '내가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구나.'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다가, 노래 한 곡에 마음속 진심이 터져 나오는 경험은 참 낯설고도 놀라웠다.
그다음 날 밤, 몸이 유난히 피곤했다. 아이 공부도 다 챙기지 못한 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집안일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늦은 밤, 공부하고 있던 남편이 방에서 나와 조용히 빨래를 돌리고, 세척기 속 그릇도 정리해 주었다. 자신도 피곤했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해주는 모습이 얼마나 고맙던지. 말보다 더 깊은 사랑의 언어가 느껴졌다.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사랑이라고 느끼는 언어는 '말, 선물, 함께 보내는 시간, 스킨십'보다 '헌신'인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내 삶의 짐을 나눠 들어주는 그 모습에서, 나는 사랑을 느낀다.
결혼 생활을 하며 마음고생도 많았다. 남편이 원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시간들을 잘 보내고 나니, 남편은 내게 가장 든든한 사람, 가장 믿을 만한 동반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변화와 성장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곁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부부의 사랑은 실로 오묘하다. 한때는 죽일 듯 밉다가도, 어느 순간 그런 감정이 아예 사라졌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세월이 주는 힘은 참 위대하다. 버텨내고, 또 버텨내며 지켜온 시간들이 이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한 보람으로 스며든다.
그날 성악 수업에서 터져 나온 눈물은 아마 그 모든 세월과 감정이 응축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던 날들, 그래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걸 확인하는 데 필요한 건, 어쩌면 노래 한 곡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