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엔 '기술'보다 '기운'이다

실력보다 팀존감이 중요한 순간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보통 실력이나 기술로 해결하려고 한다. 물론 그게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진짜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지켜주는 건 실력보다 '분위기'다. 우리는 one 팀이라는 끈끈함, 서로를 믿는 마음, 함께 버텨보자는 감정 이런 걸 한마디로 말하면 '팀존감'이라고 할 수 있다. 팀존감이란, 필자가 만들어본 단어로, 실패와 갈등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해낼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팀으로서 느끼는 자존감이다. 팀존감은 평소에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위기가 닥치면 그게 있는 팀과 없는 팀은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평소에 만들어진다.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팀과 함께 보내는 일상의 질을 올려야 한다. 같이 일했다고 해서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어떤 분위기였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일이 없을 때 서로 가볍게 웃을 수 있었는지, 고생한 팀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건넸는지, 작은 피드백도 따뜻하게 주고받았는지가 쌓이면, 팀의 정서적인 자산이 생긴다. 이 자산이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버팀목이 된다. 반대로 평소에 감정 교류 없이 일만 공유해 온 팀은 작은 충돌에도 쉽게 무너진다. 관계가 얇으면 충격을 흡수할 힘도 없다. 그래서 평소의 분위기, 평범한 날들의 질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일상 속 대화와 온기가 위기 때 발휘될 힘을 차곡차곡 쌓는 셈이다.

협업의 경험도 꼭 필요하다. 함께 일하면서 작은 갈등도 겪어보고, 시간에 쫓겨서 함께 밤을 새워 마무리해 본 기억, 서로 기준이 달라 맞춰보려 애쓴 시간들이 모두 팀을 단단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발표 전날 의견 충돌로 말이 안 통해 힘들었지만 결국 조율해서 발표를 마무리했던 팀이라면, 그 팀은 다음 위기에서 "우리 그때도 해냈잖아"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항상 역할만 나눠 일하고 결과만 공유했던 팀은 위기 앞에서 서로에게 기대기 어렵다. 함께 부딪혀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협업은 단지 일 분담이 아니라, 문제의 실타리를 함께 풀어가는 '시간의 축적'이다. 이 축적이 많을수록 팀은 유연해지고, 다시 정비할 힘도 생긴다.

팀에서 느끼는 심리적 안전감도 중요한 요소다. 누군가 실수했을 때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라는 말보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말해줄래?"라고 묻는 팀이 있다. 그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든다. 팀 안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실수해도 내 자리가 위협받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더 솔직해지고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 반대로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가 비난받고, 분위기를 망쳤다고 눈치 봐야 하는 팀에서는 아무도 진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피하거나, 혼자 끙끙 앓을 뿐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갈등을 조기에 다룰 수 있게 해 주고, 무엇보다 위기 앞에서 사람을 위축되지 않게 지켜준다.

이건 개인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넘길 때 중요한 건 실력보다 '기운'이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에서 "삶의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능력은 정서적 근력에서 나온다"라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실패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비교적 빨리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 힘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훈련과 환경을 통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결국 마음의 근육이 강한 사람은 위기 앞에서도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이 무너지면 끝까지 버티기 어렵다. 반대로 지금 가진 게 부족해도, 나를 지지해 주는 관계들, 나 자신을 다독일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일상이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평소다. 아무 일 없을 때의 평범한 일상이, 정말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우리를 지켜준다. 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실력보다 먼저 챙겨야 할 건 분위기다. 기술보다 먼저 점검해 봐야 할 건 기운이다.


사진: Unsplash의 Matteo Vist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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