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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말이 아닌 '상태'를 읽어라

감정 소비를 줄이는 3가지 해석법: 직장 편

일하다 보면 꼭 듣게 되는 말들이 있다. "이 정도도 몰라서 어떻게 일해?", "그래서 그게 결론이야?", "회의만 하고 되는 건 하나도 없네." 이런 말들은 그냥 피드백처럼 들릴 수 있지만, 기분이 상할 때도 많다. 말투나 분위기 때문에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말에 매번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그 말이 정말 나를 비난하려고 한 건지, 아니면 상대방이 힘들어서 한 말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를 한 번 생각해 보면 좋다. 이걸 해석력이라고 한다. 직장에서 자주 듣는 말들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세 가지로 나눠서 알아보자.


해석법 1. 날카로운 말에는 불안이 숨어 있다

"그래서 그게 결론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틀렸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종종 그 사람이 불안하거나 조급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팀장이나 상사가 일의 결과에 대해 압박을 받고 있을 수 있다.


이럴 땐 이렇게 말해볼 수 있다. "죄송합니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말씀해 주시면 신속하게 보완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일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게 좋다. 여기서 "죄송합니다"는 상대방의 불쾌한 감정을 순간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는 말이며, 핑계를 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제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습니다만"과 같이 혹시라도 핑계로 들릴 수 있는 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신속하게 보완하겠습니다", "다음 업무에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말이 효과적이다. 상대방의 기대를 읽으면서도 주도적인 업무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액션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해석법 2. 불평조의 말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왜 맨날 나한테만 일이 몰려?", "이래 봤자 소용없잖아." 이런 말은 단순한 투정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내가 열심히 하는 걸 알아줘'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럴 땐 이렇게 말해보자. "요즘 정말 일 많으셨던 것 같아요. 저도 이번 주는 여유가 없긴 한데, 다음번엔 역할을 조정할 수 있을지 팀장님께 한번 말씀드려 볼게요." 또는 "저도 좀 벅차긴 한데, 이번 건 일단 같이 버텨보고 다음에 같이 얘기해 봐요."


여기서의 핵심은, 상대의 수고를 알아주되, 현실적인 한계를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같이 해결 방향을 고민하겠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럴 때 감정에 휘말리기보다 '당장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문제 인식과 공감'을 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다만, 습관적으로 계속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에겐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부정적 사고가 굳어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대화를 해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그 감정이 나에게까지 전염되기 쉽고, 나도 회사 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힐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해석법 3. 반복되는 말엔 피로가 쌓여 있다

누군가 "회의만 하고 해결되는 게 없잖아." 이런 말을 자주 한다면, 그 사람은 요즘 일이 많거나 많이 지쳐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이럴 땐 이렇게 말해보자. "저도 좀 지치긴 했는데, 우리 너무 속 끓이지 말아요. 될 수 있는 데까진 해보죠." 이처럼 상황을 공감하면서도 '모두가 힘든 상황'임을 인정하고, 감정적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작은 배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 건네며 "오늘은 이걸로 기운 차려요" 같은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직장에서는 감정 중심보다는 기준 중심으로 말하는 게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아.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난 상처받아"처럼 공감 중심의 소통이 통한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더 나은 방향이 있으면 피드백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처럼 기준 중심의 언어가 신뢰를 만든다. 감정 조절은 공통이지만, 말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상황에 맞게 달라야 한다.


마무리하자면, 직장은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사람이 오래 버티는 곳이다.

마음이 상하더라도 업무 중심의 기준으로 말하고, 상대의 말보다 상태를 읽는 사람이 결국 관계에서도 신뢰를 얻는다. 괜히 감정 소비하고 자존심 부리다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말보다 숨겨진 신호에 더 주목해 보자. 해석력은 감정을 덜 소모하고도 똑똑하게 일하는 법이다.


austin-distel-mpN7xjKQ_Ns-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Austin Dis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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