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설웁게 하소서

by 김범화


청춘이란 풋어른들의 세뇌라고

애절함은 부끄러움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이라고

기어코 행운보다 불행의 힘을 믿었습니다


오늘은 꽃을 짓이기고 싶었습니다

피어나는 초록이 너무도 생경해서

분노가 끓어올랐습니다 왜인지도 모르고


치마폭이 젖도록 웃어젖히던 날들을 보내고

너무도 무기력한 죄로 그들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래도 너를 용서하겠노라


아버지,

이제 저는


모두가 떠난 관객석 앞에 서서

고장 난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깨진 유리조각 위에 무릎을 꿇고 있는데


그래도 나는 너를



이 무대의 주인공은 누구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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