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페

by 김범화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건 얼마나 특이한 일인가요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로 껴안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요

치부를 내어줘도 불안하지 않을 상대가 있다는 건요


수줍음이 많아서 내가 누군가의 일부라든가 그런 건 잘 못하겠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두근거리는 소리 이건 태동과 비슷한데

덜 마른 머리칼을 털다가 비늘이 된 살갗을 마주합니다


오늘은 데이비드 보위가 화성으로 떠난 날이라고 합니다

멋모를 어릴 적엔 검은 별로 타투를 하고 싶었는데요

번개모양의 혈흔을 생각합니다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너무 많은 시를 읽으면 더 이상 시를 쓰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찢어진 마음을 섞어서 그림을 그리듯이... 그런데도 따뜻하더라고요


-너는 할 수 있는 게 뭐야?

-네 마음에 드는 거 빼곤 뭐든 할 수 있겠지


사랑시의 연작을 마쳤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을 건드려볼 것 같습니다

시가 좋은 까닭은 너무 많은 사랑을 마주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