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

by 김범화

가령

세상 밖을 꿈꾸던 물고기가

물밖으로 몸을 내던진다든지




생각이 많아져서 밖으로 나갔다



사라지지 못해서 살아있는 것들

그럼 살아있는 건 불빛일까

가로등은 길고양이들의 스포트라이트



속앓이만 더 심해졌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톱으로 할퀴거나

뭐 그러진 않았지만



태어나지도 않은 90년대의 여름을 그리워했다

뜨겁고 가난하고 찬란한 여름 따위 쓸 수 없었다

별들이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따위 알 수 없었다



자꾸 딱딱 소리를 냈다

자주 딸꾹질을 했다



나는 언제든지 초라해질 수 있는 사람



책장의 책들 사이로 색색의 인덱스들

너무 소중해서 다시는 열어보지 않을 것이다



어쩐지 울고 싶어졌다

그러나 울지 않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전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