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꽃

by 김범화


동백처럼 고결하고 장미처럼 열정적이고

백합처럼 가련하고 목련처럼 소탈한



당신 닮은 꽃 한 송이 가슴속에

피어나는 그런 날이 있으셨나요



저는 언젠가 제 이름 아래

참나리꽃을 한 다발 숨겨놓았습니다



수수한 나리꽃에 검은 점박이 무늬

가장 아름다운 나리라 참나리꽃이래요



겁탈을 피해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아가씨

그 무덤에 한 송이 꽃 피어 순결의 마음이래요



여름에 피는 참나리는 어쩐지 도발적이에요

호랑이처럼 주황털에 검은 무늬를 가졌지요



그 아가씨 당돌한 여인이었을 것이에요

다친 마음보다 의지 더 강한 소녀였을 거예요



그러니 무덤 위에 범의 마음이 피어났을 테죠

영원히 호랑이꽃일 테죠 참나리는



나리 나리 참나리

나를 사랑해 주세요



나리 나리 참나리

나를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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